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우애

4남매의 맏며느리가 된지 올해로 꼭 30년이 된다. 그동안 층층시하에서 남들이 겪어야 하는 이런저런 큰일들을 남 못지않게 치렀다. 힘들고 때론 달아나고 싶을 때도 더러더러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지탱해주고 힘이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시집 형제들이었다.

하나뿐인 시동생과 두 시누이가 그들이었다. 각자 가정을 이루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집안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리면 지나치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와 같이 걱정해주고 같이 즐거워해주면서 남매 간에 우애를 다지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다들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어려울 땐 콩 반쪽이라도 나누는 심정으로 십시일반 짐을 덜어주며 같이 짊어지려 했다. 어느 누구에게 미루거나 회피하는 사람 하나 없이 한마음이 되어 똘똘 뭉쳤다. 우리 남매는 만나면 우선 웃기부터 하는 묘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단 한 번도 얼굴 붉히면서 큰 소리 낸 적이 없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지난여름 휴가 때 남편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해서 두 아이와 삼남매가 이벤트를 꾸며서 우리 부부를 감동시켰다. 우리 부부 몰래 몇날 며칠을 만나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일을 꾸미느라 애를 쓴 흔적이 보여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동안 맏이로서 부끄러운 모습도 보였을 것이고 베푸는데 인색했을 수도 있다. 또 내 입장만 생각하고 형제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도 있을 것인데 한결 같은 마음으로 맏이 대접해준 동생들이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얼굴이 뜨겁다.

이젠 살아온 날보다 남아있는 날이 훨씬 적다. 삶의 잔고가 바닥나기 전에 자주자주 만나서 웃고 즐기는 날이 더 많아 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영숙(영주시 휴천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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