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교육을 위해 좋은 환경을 찾아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을 항상 '죄인'으로 만드는 고사성어다. 자녀를 우수한 학군에 편입시키기 위한 불법 위장전입이 관행으로 여겨지고,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익숙해질 정도인 교육열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학부모 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공부뿐만 아니라 봉사활동, 경시대회, 특별활동 등 뒷바라지해야 할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 입학전형 역시 과거보다 많이 복잡해진 까닭이다. 이에 따라 상담 한 번에 수십만원을 받는 고액 컨설팅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입시전문 교육회사인 ㈜진학사의 신원근(46) 대표이사는 이같은 풍조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자녀의 진학 및 진로 지도와 관련해 지레 겁먹고 남에게 맡기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자녀들의 가장 큰 멘토이자 인생 모델은 부모이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복잡해보여도 사실 진로'진학 지도는 조금만 공부하고 정보를 찾아본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신 대표는 특히 자녀를 더 많은 학원에 보내고, 더 고급 입학 지도 상담을 받게 하기 위해 맞벌이를 선택하는 방법은 곤란하다고 했다. 자녀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물어주고 꿈을 위한 구체적인 길을 안내해주는 부모가 자녀의 학습 동기를 북돋워주는 최고의 선생님이란 설명이었다.
국내 최고의 인터넷 대학입시 원서 접수 및 입시전략 상담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 대표 스스로는 학창 시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궁금해졌다.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모범생)였죠. 국내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서울대에도 두 번이나 합격했습니다. 처음엔 자연계로, 두 번째는 인문계로. 하지만 대학 진학을 결정할 당시 얼마나 진학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했는지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그는 1984년 서울대 공대에 진학했다. 섬유공학을 선택한 것은 친구를 따라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않는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2년 뒤 다시 도전해 국사학과에 입학했다. "지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인생 전체를 통해 어떤 일을 하면서 보람을 얻을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던 겁니다. 진학 지도는 단순히 합격이 가능한 학교'학과를 예측해주는데 그쳐서는 안됩니니다. 기회가 된다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도와주는 취업'결혼 컨설팅회사도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신 대표는 기업인 모임에 나갈 때마다 적잖은 곁눈질을 받는다. 과거 수험교재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던 진학사의 2세 경영인이 아니냐는 시선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신 대표는 인터넷 원서접수 대행업체인 어플라이뱅크를 운영하던 지난 2001년 ㈜진학사의 브랜드만 인수했다. 현재 ㈜진학사의 매출은 230억원 수준이다. 인터넷 원서접수 사업이 40%, 진학상담 인터넷 서비스가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재 개발 및 각종 진학교육 프로그램 사업 등도 운영하고 있다.
1965년 포항 흥해읍에서 2남3녀의 막내로 태어난 신 대표는 흥해초교, 흥해중, 포항고를 나온 포항 토박이다. 고향에 대해서는 "늘 애틋하고 아쉬운 마음을 갖게 하는 곳"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탓에 성묘 등 일년에 서너차례만 고향을 찾지만 점점 더 쇠락해 가는 모습이 못내 아쉽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대구경북에서 진학 정보에 목마른 후배가 있다면 반드시 길을 찾아주고 싶다며 남다른 애향심을 과시하기도 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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