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좋아 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속설이 사실이라면 요즘처럼 대머리가 많은 시대는 없을 것이다. 경기 불황 탓인지 거저 준다면 이를 마다할 소비자는 없어 보인다. 업계는 이미 무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해 주는 '공짜마케팅', 이른바 '프리마케팅'(Free marketing)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현실 경제에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발상의 전환
복사를 하려면 복사비가 들지만 공짜로 복사를 해 주는 곳이 있다. 복사비는 이면지에 실린 광고주들의 몫이다. 복사 이용자들에게 직접 받던 복사비를 광고비로 충당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룬 사업 아이템인 셈이다.
이 사업은 국내에 프리포 사업으로 불린다. 프리포는 말 그대로 프리(Free)+A4(용지)의 준말로 복사용지(복사기)의 무상 공급을 의미한다. 광고주들은 프리포에 광고를 실을 수 있고, 대학생들은 그 광고를 보고 정보도 얻고 종이도 공짜로 쓸 수 있는 신개념 매체이다. 2011년 4월 5일에 시작된 프리포 사업은 현재 서울, 경기 소재 40여개의 대학에 무료 복사기 설치가 진행되었을 정도로 대학생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프리포 사업의 기원은 일본 게이오 대학에 있는 '타다카피'라는 복사점이다. 일본어로 '공짜 복사'라는 뜻을 가진 이 가게는 복사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그 대신 복사지 뒷면에 기업체나 학교 인근 가게들의 광고를 실어 수익을 올린다. 게이오대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2006년 4월 처음 문을 연 '타다카피'는 현재 일본 101개 대학에서 무료 복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매출이 2억8천500만 엔(약 41억 원)으로 사업 첫해 매출액(2천200만 엔)보다 10배 이상 성장했다.
발상의 전환 정도가 아니라 역발상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상품도 등장했다. 통장에 든 돈이 많아야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역발상 월급통장'이 등장한 것. 우리은행의 'AMA플러스 야!통장'은 평균 잔액이 100만 원 이하일 경우, 최대 4.1%의 금리를 적용해준다. 신한은행의 '레디고 통장'은 만 18~30세 가입자의 경우 100만원까지 연 3.2%의 금리를 준다. 국민은행의 'KB스타트 통장' 역시 평균 잔액 100만 원 이하 일 경우에 한해 연 4.0%의 이자가 적용된다. 통장 잔액이 많지 않은 20대를 겨냥한 이들 상품은 '사회 초년생들은 통장 잔액이 적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공짜로 구매한다
공짜 마케팅이 가장 성행하는 곳은 온라인 서비스 시장이다. 미국의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판도라'가 대표적이다. 인터넷 서버에서 몇 곡의 노래를 듣더라도 돈을 받지 않는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음악이 나오기 전에 짧은 광고를 들어야 한다.
국내에도 프리소셜커머스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기존 소셜커머스가 공동구매를 통한 반값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프리소셜커머스는 해당 쿠폰에 응모해 여러 방법으로 당첨확률을 높여 무료로 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일종의 '무료 경품 서비스'이다. 대표적으로 '타운폰'이나 '보너스365'를 들 수 있다. 타운폰의 경우 공짜 이벤트 당첨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한 미션(문답형)만 수행하면 누구나 이벤트 참여가 가능하다. 인터넷을 통해 타운폰 정보를 공유하고, 공유한 URL을 타고 타운폰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이 회원가입을 하면 당첨확률은 높아진다. 보너스365는 돈 대신 '햇님'이라는 소셜 쿠폰을 사용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햇님은 사용자가 친구 초대나 보너스 상품 당첨 후기 작성 등의 활동을 하면 받을 수 있다. 제품 입소문 활동을 통해 사실상 공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미끼 상품의 반전
본 상품을 팔면서 보완재를 하나 더 주는 시대는 이미 한물갔다. 본 상품을 무료로 배포하고 소비재로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완재 수익을 노리는 마케팅의 시초는 1900년대 초 미국의 한 면도기 제조업체이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면도기를 자주 바꾸는 이유는 면도기 자체가 아니라 면도날이 자주 마모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따라서 면도기를 무료로 주는 대신 면도날을 별도로 판매해 일회용 면도기 시장을 잠식했다. 다른 한 의료업체의 혈당측정기 판매 전략도 유사하다. 혈당측정기를 기존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제공하는 대신 혈당 측정시 반드시 필요한 채혈침과 채혈시험지를 별도로 파는 방법으로 영업이익을 30%가량 올렸다.
박상전기자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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