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대치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당분간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한 강행처리 가능성을 시사하며 야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설득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4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언제라도 국회 본회의를 열 수 있는 상태"라며 "처리가 맞다는 판단이 들 때 비준안을 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준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3일 무산됐지만 새롭게 9일까지 휴회를 결의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본회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과 접촉을 시도하며 대야(對野) 설득에 매진하고 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역시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정을 무한책임져야 하는 집권 여당 의원으로서 다시 한 번 인내하고 대화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라며 "주말에 대화와 타협을 더 시도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산 심사소위도 야당 측이 곤란하다고 해 7일로 미뤘다"며 "월요일 오전에도 예산 심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산안도 적절한 시점에 상임위를 열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주말까지 야당과 이 문제를 추가 협의한 뒤 성과가 없을 경우 다음주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비준안의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을 넘겨받을 박희태 국회의장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박 의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외통위에서 직권상정을 했으니 토론해 표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야당은 외통위 전체회의실에서 교대로 불침번을 서며 무기한 점거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나아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장외홍보전에도 돌입하면서 원내외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민주당은 주말과 휴일에도 서울 도심을 돌며 홍보전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 조항과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데 대해 "잘못된 인식"이라며 "외교통상부의 교묘한 홍보에 넘어간 것인데, 대권주자라면 ISD에 대해 좀 더 공부하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유정 원내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야당과 국민이 반대하고 미국 좋은 일 시키는 FTA를 굳이 강행처리하려는 한나라당은 미국의 2중대냐"며 "대통령에게는 단 한마디 진언도 못하면서, 애꿎은 야당에게 협박만 일삼는 한나라당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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