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밤 경북 포항 구룡포항. 오징어 성어기(9~11월)를 맞아 수십 척의 오징어잡이 배들이 멀리 수평선에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어부들은 밤새 이렇게 바다에서 불을 밝히며 오징어를 불빛으로 그러모은 뒤 채낚기로 잡아 올린다. 동이 틀 무렵 불빛이 하나 둘 흩어지고 어선들은 포구로 돌아온다.
입항하는 어민들의 표정이 왠지 밝지 않다. 비싼 기름을 사용해 출항한 것에 비하면 오늘도 어획량이 기대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전 6시, 선상에서 오징어 경매가 시작되자 구룡포항이 다시 부산해진다. 오늘은 값이 좀 오를까. 경매사와 중개인의 동작 하나하나에 어민들의 눈길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어획량이 적어 작년보다 경매 단가가 약간 인상된 것이 그나마 어민들에겐 위안이 된다.
구룡포항은 동해안의 최대 오징어 생산지다. 이곳 어민들은 오징어 채낚기어선 100여 척과 트롤어선 20척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구룡포항 오징어 위판(3~10월 말 기준)은 5천600여t으로 작년(1만여t)보다 절반가량 떨어졌다. 구룡포 수협 한두봉 상임이사는 "바다 환경오염과 수온 상승으로 오징어 어장이 변하고 중국 어선이 북한수역에서 남하하는 길목을 지키며 오징어를 무차별 포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징어를 주식으로 하는 돌고래 숫자가 늘어나 오징어 잡기가 점점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그래도 오징어는 어민들의 희망이다. 오징어를 잡아야 집도 사고 자식들 공부도 시킨다. 30년째 오징어배를 타고 있는 한 어민은 "어획이 부진해 지금은 힘들지만 내일은 많이 잡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바다로 나간다"고 말했다.
오늘도 어민들은 만선의 꿈을 안고 거센 파도를 헤치며 힘차게 출항한다.
사진'글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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