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궁 감독 '임경근♥류수정' 부부…모범 경찰 '이진원♥김미숙' 부부

한 지붕 한 직업… 척 보면 압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시위를 당기고 있는 양궁감독 임경근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시위를 당기고 있는 양궁감독 임경근'류수정 씨 부부.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민중이 지팡이가 된 이진원
민중이 지팡이가 된 이진원'김미숙 씨 부부. 결혼 10년차인데 사진 찍을 때 모습은 웨딩 촬영을 온 듯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내 반쪽도 같은 직업….'

부부는 일심동체. 하지만 너무 옆에만 있으면 여러 가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집안에서 보는 것도 지겹다는 부부도 적지 않은데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 부부는 어떨까? 분명 남들이 모를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래서 좋아요' VS '이래서 싫어요'로 압축될 것이다.

이런 탓에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부부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일들도 많다. 서로 공감이 가고, 대화는 잘 통하지만 밤낮 직장 얘기만 하는 부부, 직장 내에선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일부러 조심하는 부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소통하는 부부, '일타이피'(一打二皮)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부 등이 동종 직업 부부들의 모습이다.

언론인으로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한 기자 부부는 사내 이메일이 주요 통신수단이다. 하루에 서너 통의 이메일은 기본. 서운한 감정마저 이 통신수단을 통해 푼다. 그래서 사내에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마디도 서로 주고받지 않는다. 퇴근할 때도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만나 같이 퇴근하는 모습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전문화 시대에 살면서 갈수록 동종 직업의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예측불가능한 사람을 만나기보다 이미 익숙해지도록 봐왔고, 또 어느 정도 안정을 주는 직장에서 같이 벌면 험한 파고를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수직종의 직업군은 이런 경향이 더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종 직업의 부부들이 알콩달콩, 알쏭달쏭 살아가는 모습을 한번 들여다보자.

◆양궁감독, 임경근'류수정 씨 부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부부였다. 시너지 효과도 대단하다. 사제지간 부부라 더 이채롭다. 부인이 6살 연상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다. 결혼 10년차가 아닌 결혼 1년차라는 사실도 약간 뒷걸음질치게 한다. 올해 초 극적으로 결혼한 양궁감독 임경근(38)'류수정(44) 씨 부부의 얘기다.

경북고 양궁감독 임 씨와 계명대 양궁감독 류 씨는 서로의 머리에 사과를 얹어놓고 활시위를 당겨도 될 정도로 양궁에 대한 믿음이 강한 '윌리엄 텔' 부부다. 연상이자 사제지간에 만나 극적으로 결혼에 골인하면서 올해 경사가 제대로 났다.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계명대 양궁팀은 금메달 6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냈으며, 경북고 양궁팀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부부 양궁감독이 이뤄낸 놀라운 개가다.

양궁감독 부부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 것이다. 둘은 24시간 양궁 생각뿐이다. 각자 소속팀에서 지도를 하다 집으로 돌아오면 또다시 소속팀 선수에 대한 얘기를 끝없이 나눈다. 그리고 고쳐야 할 점을 서로 지적하고, 팀 성적 향상을 위해 고민하다 꿈나라로 간다. 또 깨면 각자 소속팀 지도를 위해 출근한다. 심지어는 전국체전 전에 서로의 팀 선수들을 봐주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괴로운 나날도 예측가능하다. 두 사람 중 한 명의 소속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른 반쪽은 성적이 좋아도 기뻐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류 감독은 "제자였던 선수와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양궁은 제 밥줄이자 운명인데 그 길을 함께 걸어가자는 남편이 나타난 것은 제게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는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며, 부부지만 좋은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 서로 도움이 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둘은 소속팀 선수들(박새얀'박진억'진재왕 선수 등)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돼 함께 손잡고 영국으로 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같은 꿈을 꾸는 행복한 양궁감독 부부다.

◆민중의 지팡이, 이진원'김미숙 씨 부부

경찰 부부는 의외로 많다. 충북 영동경찰서에는 5쌍이 경찰 부부이며,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부부만 해도 50쌍을 족히 넘는다. 그중 가장 모범적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만한(공보팀 적극 추천) 이진원'김미숙 씨 부부를 중부경찰서 옆 경상감영공원에서 만났다. 한눈에 봐도 모범적인 경찰 부부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믿음도 강했다.

소개를 하면 남편은 대구지방경찰청 경무계 이진원(41) 경위, 부인은 중부경찰서 수사과 경제팀 김미숙(39) 경사. 결혼 10년차 부부다. 첫 만남은 1996년 부인의 첫 발령지인 울진경찰서. 이후 둘은 별다른 감정 없이 지내다 대구로 오면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해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었다. 결혼 후 2년 동안 중부경찰서에 함께 근무한 적도 있다.

둘은 직업적 특성상 항상 조심스럽다. 혹시 한 사람이 실수를 하게 되면 배우자에게 누(累)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모범적인 경찰 부부로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승진도 때가 되어 함께 성취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위가 "아내가 누구보다 제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직장생활이 한결 편한다"고 말하자, 김 경사는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직장 내 상사나 동료들과도 상의하지만 집에 와서 남편과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 더 좋다"며 부창부수(夫唱婦隨) 대화법을 보여줬다.

가장 불편한 점을 묻자,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을 똑같이 얘기했다. 1남 1녀를 키우고 있는 부부는 "아내가 당직이고, 남편은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는 자녀들만 집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모로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며 "하지만 이런 부모를 이해하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경사는 직장에선 상관인 이 경위에게 깍듯하게 대하지만 집안에서 계급이 바뀐다. 김 경사는 경찰청장이 되고, 이 경위는 경찰청 차장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둘은 하나이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더 가슴 깊이 다가오는 이유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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