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당의 쇠퇴'(마틴 P. 와텐버그 저, 1998(5판), 하버드대학 출판부)
The Decline of American Political Parties, 1952~1996.
우리나라 정당 정치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의 정당을 칭찬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최근처럼 정당의 위기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때도 없었다. 선호 정당이 없다는 국민이 40%를 넘고, 여야든 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30%를 한참이나 밑돈다. 정치 신인 무소속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이나, 기업인 출신 서울대 교수가 쟁쟁한 기성 정치인과의 대통령 선거 가상 대결에서 대등한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현상은, 그래서 '화제'가 아닌 진지한 '분석'의 대상이다. 안정적인 정당 정치가 없는, 책임 정치 혹은 정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시스템 혹은 기존 정당들에 의한 문제해결 능력이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그들 누구로부터도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대안적 리더십을 찾을 수 없다는 데 대중들은 절망한다. 8%의 청년실업률, 전체 임금근로자의 34%에 이르는 600만 명의 비정규직, 570만 명의 영세 자영업자, 치솟는 물가, 그러나 아직은 한참이나 열악한 복지 수준, 이들 문제에 대한 해답을 기성 정당이나 정치인에게서 구할 수 없다는 생각은, 이제 일종의 '국민적 합의'다.
미국은 어떨까?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의 시위대가 기업의 탐욕과 자본주의의 병폐를 비판하며 미국 전역의 도시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미국의 2011년 9월 현재 실업률은 9.1%에 이르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1천40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18%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정당들 역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마틴 와텐버그 교수의 '미국 정당의 쇠퇴'는 미국 정당의 유권자에 대한 영향력의 쇠퇴를 분석한 저서다. 정당의 영향력을 분석하는 여러 개념 장치도 눈여겨 볼 대목이지만, 정당의 쇠퇴로 인한 정치적 결과, 즉 개별적 이익의 표출은 폭발적으로 증대되지만, 그것들의 집약과 대표, 책임이 이루어지지 않는 정치 과정이 가져올 혼란에 대한 주장은 가슴에 새길만 하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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