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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다시 살리려면…조정력 없고 이원화된 시스템 수술

2006년 3월 대구경북 경제통합 MOU 체결(왼쪽) 및 11월 경제통합사무국 발족(오른쪽)과 함께 급진전 했던 경제통합 논의가 갈수록 사그라지면서 다시 통합 운동에 불을 지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2006년 3월 대구경북 경제통합 MOU 체결(왼쪽) 및 11월 경제통합사무국 발족(오른쪽)과 함께 급진전 했던 경제통합 논의가 갈수록 사그라지면서 다시 통합 운동에 불을 지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대경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가 8일 대구경북 공동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경제 기관'단체들과 지역 상생 발전 모색을 위한 공동회의를 가진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대구경북의 갈등과 반목을 바로잡고, 다시 소통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역경제계는 광역경제 조직 개편과 통합 협의체 구성을 통해 대구경북 경제 기관'단체의 상생 발전 모색을 경제통합 논의의 재점화 계기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왜 대구경북 경제통합이었나

"대구경북 경제통합을 추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2006년 7월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취임사 중)

"대구경북 경제통합 모델을 창출하겠다."(김범일 대구시장 취임사 중)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와 조해녕 전 대구시장의 대구경북 경제통합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2006년 5'31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취임한 김관용 도지사와 김범일 시장은 선거운동 단계에서부터 경제통합 합의를 이어갔다. 행정'정치통합이 원칙적으로 가야 할 길이지만 여러 가지 민감한 사안을 고려해 경제통합부터 우선 추진한 뒤 통합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시'도의 경제통합 논의는 이른바 세계화, 지역화 시대의 생존 전략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 도하개발어젠다(DDA),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화는 경제와 사회적 국경의 전면 개방을 몰고 왔다. 국가가 아니라 지역 단위 경쟁 시대가 열렸고, 인접 지역 간 협력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1981년 시작된 대구'경북의 분리는 경제 등 사회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급기야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당시 대구경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은 각개전투식 접근법으로 ▷대구도시철도 2호선 경산연장 실패로 인한 추정손실 1천170억원 ▷차세대 최첨단 LCD 공장의 경기 파주 신설과 이에 따른 구미'대구권 잠재적 경제손실 5조원(고용기회상실 2만 명) 등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다.

결국 시와 도는 세계화, 지역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광역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뿐이라는 데 합의했다. MOU 체결 이후 곧바로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2007년 12월 시'도의회에서 대구경북 경제통합 추진 조례를 제정했다. 시와 도의 정책 공조는 대구도시철도 2호선 경산 연장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식경제자유구역(2008년) 및 첨단의료복합단지(2009년) 지정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

◆거꾸로 가는 광역경제

그러나 2009년 이후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 정책은 대구경북 경제통합을 오히려 후퇴시켰다. 정부가 신설한 광역 경제 조직이 대구경북 경제통합 업무를 이관받았지만 실제로는 책임과 권한이 없는 허수아비 기구로 전락하면서 지역 경제통합 논의만 사실상 중단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정부의 광역경제 조직은 광역경제발전위원회와 광역경제 선도산업 지원단 이원화 체제로 나뉘어 있다.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원단은 지식경제부에 각각 속해 있다.

지역발전위원회 소속의 위원회는 명목상 광역경제 사업 기획 및 조정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지만 예산과 인력이 절대 부족해 지식경제부 산하 지원단을 총괄'감독할 수 없다. '머리'와 '몸'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광역경제권 역시 위원회는 대구 동구 신천동 테크노파크 빌딩, 지원단은 경북 경산 영남대 경북테크노파크 벤처동에 위치해 거리만큼이나 기능적으로 동떨어져 있다.

기획'조정 능력을 상실한 위원회는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대구경북 경제통합 사업 추진에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위원회와 따로 노는 지원단은 지경부 '별동대'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통합 다시 불지피려면…

따로 노는 우리 정부 광역경제 조직과 달리 선진국은 여러 지방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효율적인 광역 의사결정체제(거버넌스)를 통해 불필요한 갈등과 행정 비용의 낭비를 막고 있다.

모범 사례로 꼽히는 프랑스는 1963년 균형발전 전담기구로 총리직속의 '국토 및 지역개발기획단'(DATAR)을 발족해 지난 50년간 운용하고 있다. DATAR는 프랑스의 국토개발계획의 수립과 지역개발계획의 조정, 계획 계약제도 운영 등 지역 발전사업에 대한 총괄 조정 기능을 수행한다.

대경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 박광길 사무총장은 "정부의 광역경제권 계획이 제대로 꽃피려면 정책 조정 능력이나 집행력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 기구 개편이 시급하다"며 "정부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해 경북대 교수는 "해외 모델은 중앙 정부가 전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지방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새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광역경제 예산과 조직은 일원화하되 광역경제권 지방자치단체장, 이를테면 경북도지사와 대구시장이 공동으로 최종 사업 결정권을 지니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광역경제 조직 개편은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광역발전위원회와 지역 민'관'학'연의 역량 결집체로 7월 출범한 동남권(부산'울산'경남) 100년 포럼처럼 대구경북 경제통합 협의체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준한(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통합연구단장) 포스코경영연구소장은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통해 통합의 당위성과 방법론을 고민할 수 있다"며 "경제통합 협의체는 정치'행정 통합과 달리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나갈 수 있다. 쉬운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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