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블록 보는 市·道, 밥통마저 깨는 소모적 경쟁"

'대경권 상생발전 경제·기관단체장 회의'의 진단

8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8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대경권 상생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경제'기관 단체장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8일 열린 '대경권 상생발전 모색을 위한 공동회의'에서 지역 경제 기관'단체들은 시와 도가 소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돼 소모적 싸움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기관'단체들은 상생과 통합의 로드맵과 함께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주문했다.

◆대구경북 싸움만 했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방향타 없이 진행되고 있는 통합 시도가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와 도가 무늬만 '통합'을 내세우고 협력 없는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기관이나 단체는 공동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최해남 부회장은 "테크노파크의 경우 초창기에는 대구경북지역에 하나만 만들기로 했는데 경북과 포항이 요구하면서 결국 세 곳에서 생겨났다"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역시 승인을 받아놓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어디에 두느냐를 두고 서로 싸웠다"고 지적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채종규 원장 역시 대구시와 경북도가 상생보다 경쟁에 빠져 있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채 원장은 "디지털산업진흥원은 지식경제부에서 5대 광역시에 설립한 기관으로 대구의 경우에는 경북지역까지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며 "그런데 경북도 공무원이 지경부를 찾아가 경북에도 진흥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었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진흥원이 칠곡이나 가까운 경북지역의 기업과 공동으로 연구사업을 하면 이사회에서 '왜 경북 지역과 사업을 하느냐'고 지적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 이선봉 단장도 지능형자동차시험장 건립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을 두고 기업들은 협력하는 데 반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상생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다고 했다.

이 단장은 "대구경북의 부품업체들이 한목소리로 중앙정부에 요구를 했고 덕분에 지능형자동차시험장 건립 사업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며 "그런데 정작 이 시험장 건립을 두고 대구시와 경북도는 서로 자신의 소재지에 시험장이 있어야 한다며 다투기 바빴다"고 말했다.

두 행정기관의 싸움에 대해 중앙정부 산하 기관의 지역본부는 외부의 시선을 언급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실제 기업과 정부는 대구와 경북을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고려하고 있지 나눠서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전과 충남 두 지역은 서로가 산업을 구분해 상생을 해왔는데 대구와 경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로 가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상생과 발전을 위한 통합에 대해 회의 참여 기관들은 이견이 없었다. 이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방안을 내놨고 이와 함께 로드맵 제시와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주문했다.

지역의 기관들은 '국책사업의 공동 발굴 및 진행'을 해법으로 내놨다. 대구테크노파크 이종섭 원장은 "현재 우리가 예타사업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센스'는 경북지역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다"며 "대형 국책사업은 대구나 경북 한 지역이 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대경권이 함께 추진해 성과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 이선봉 단장은 대구와 경북의 지역산업 구도 특성에 맞춘 사업 구상과 서로 간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이 단장은 "정부의 국책사업과 단위사업을 확정짓게 되고 소재지가 한곳으로 정해지면 다른 한곳은 이에 수긍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협력의 모습이 타 지역과 중앙정부로 하여금 우리의 상생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상생을 위한 밑그림 요구도 줄을 이었다.

포항테크노파크 임원용 정책연구소장은 EU의 생성과정을 예로 들며 그동안 두 기관의 통합 밑그림이 없었음을 지적했다. 임 소장은 "EU가 출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며 "그러한 EU도 로드맵을 만들고 밑그림을 그리는 등 계획에 따라 진행했는데 대구경북은 그러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생이 과연 경제통합에만 집중하는 것인지, 행정통합을 전제로 한 경제통합인지를 결정한 뒤 실행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 김영석 원장 역시 로드맵의 부족으로 인한 유사'중복기관의 남발을 우려했다. 김 원장은 "대구시와 경북도는 재정자립도가 부족함에도 유사한 역할의 연구 및 지원기관이 많다"며 "이를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지역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상생을 위한 대경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의 역할도 주문했다. 포항테크노파크 임원용 정책연구소장은 "위원회가 가지는 강제성이 없다 보니 두 행정기관이 자기 지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며 "위원회가 두 지역의 조절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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