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학생에 폭행당한 교감 "그래도 제자인데…졸업은 시켜야죠"

"변할수 있는 기회 빼앗아선 안돼"

"어찌 됐건 제 제자인데 졸업은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솎아내 버린다면 이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대구 모 중학교에서 벌어진 교사 폭행 파문(본지 8일자 4면 보도)의 피해 당사자인 B(53) 교감이 8일 오후 취재진에게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가해자인) A군이 몇 달만 더 지나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데 일을 키우고 싶지 않다며 끝까지 A군을 감쌌다.

24년 교직 생활을 하면서 갖은 경험을 한 그에게도 이번 사건의 충격은 너무 컸다. 후배 교사들과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두렵다고 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언론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저보다 그 아이가 입게 될 상처가 더 걱정스럽습니다. 어린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사건의 파장이 너무 크게 벌어진 것 같습니다."

B교감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 찾아온 A군의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것도 만류했다. A군이 보는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자칫 A군의 반항심만 더 자극해 더 비뚤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이 어머니께 '아들을 키우느라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텐데 지금부터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큰 고비를 잘 넘기면 아이가 변할 수 있다고요. 대신 아이가 30년 뒤에 찾아와 사과하거나 미안함을 가슴속에 품게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B교감은 사건 이튿날인 이달 2일 교사들에게 이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교권 침해를 좌시해선 안 된다' '당장 전학을 보내야 한다'는 등 성난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그는 10일간 등교 정지라는 교내 징계 건의만 수용했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진 후에는 '가해 학생을 경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있었지만 B교감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사실 A군보다 더 불량한 학생도 있습니다. 눈물로 호소하고 싶어요.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해도 이 아이들이 변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선 안 됩니다. 그들에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그는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학기 때 문제학생 12명을 모아놓고 오후 9시까지 함께 학교에 남아 공부를 했습니다. 말을 듣지 않을 때는 학부모를 모신 가운데 매를 들기도 했고요. 학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간식을 가져오고 함께 하교하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더군요."

특히 그는 교사들에게 한 마디를 더 남겼다. "이번 사건으로 교권 확보 목소리가 높아진다고 의기양양해하지 말고, 지금보다 더 낮은 자세로 임합시다. 힘들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포기하지 말고요. 그게 바로 교사입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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