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러 한국 대사관에 협박성 괴우편물 발송

주러 한국 대사관에 협박성 괴우편물 발송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으로 현지 극우단체가 발송한 것으로 추정되는 괴우편물이 전달돼 대사관 측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러 한국대사관은 9일(현지시간) "지난 7일 대사관으로 소련 시절 러시아 기관명칭인 인민위원회와 위수사령부 명의의 괴우편물이 발송돼왔다"고 밝혔다.

인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우편물에는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여 당신들은 포위됐다. 당신들은 희망이 없으며 이제 막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저항을 중단하고 백기를 들고 투항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위수사령부 사령관 명의의 또 다른 우편물에는 "모든 유대인과 소수민족 지도자들은 '모두를 위한 러시아' 주제의 전시회가 열리는 모스크바 시내 (멀티 미디어 아트) 박물관 옆으로 전시회 개막일(8일)에 맞춰 모이라. 이틀간의 음식과 모포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멀티 미디어 아트 박물관은 한국 대사관에서 멀지 않은 모스크바 시내 오스토젠카 거리와 로푸힌스키 소로가 만나는 교차로에 있는 박물관으로 현재 이곳에선 러시아 내 소수민족들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8일 개막한 전시회는 다음 달 1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주러 한국 대사관 측은 "비슷한 우편물이 주러 일본 대사관을 비롯한 몇 개 외국 공관에도 동시에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단순 장난 우편물일 가능성과 함께 대사관 직원과 교민을 노린 러시아 내 극우 단체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러 대사관 측은 모스크바 주재 한국 교민들에게 괴우편물 발송과 관련한 신변안전 유의문을 이메일로 발송하는 한편 모스크바 시경에 대사관 건물 순찰 강화와 교민 안전 보호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와 러시아 주요 도시들에서는 지난해까지 외국인을 상대로 한 극우주의자들의 각종 폭력과 테러가 빈발했으나, 지난해 말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벌어진 대규모 민족간 충돌 사태 이후 보안 당국이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초 모스크바에서 남부 캅카스 지역 출신 청년들과 모스크바 프로축구클럽 팬 10여 명이 집단 패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모스크바 축구팬 청년 1명이 캅카스 청년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모스크바 시내 여러 곳에서 러시아 민족주의자들과 소수민족 출신들 간의 대규모 충돌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안 당국이 시위 주동자들과 극단주의자들을 대거 잡아들인 바 있다.

이후 빈발하던 소수민족에 대한 러시아 극우민족주의자들의 폭력도 한동안 수그러들었으나 최근들어 극우 단체들이 다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안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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