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와 함께 최근 대구시립극단이 공연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본 직장인 김창건(46'대구 수성구 수성1가) 씨. 연극 관람이 처음이었다는 그는 "동료의 성화에 한번 봤는데 의외로 와닿는 것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연극 속 캐릭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눈시울을 적셨다는 것. 김 씨는 "경제불황과 치열한 사회 경쟁 등으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살기가 팍팍해지고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연극이 나를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장년층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겨냥한 소극장 공연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전까지 소극장 공연은 20, 30대 관객이 대부분이었고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소극장으로의 발길이 뜸했지만 최근 이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세일즈맨의 죽음'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1일까지 티켓링크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12월 9일까지 공연되는 이 연극은 이틀 정도만 잔여석이 있을 뿐 모두 매진된 상태다.
이 같은 호응에 극단에서는 공연을 5회 더 연장하기로 했다. 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이완기 씨는 "무대에 올리기 전에는 이 작품이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무척 좋다"며 "예매 현황을 보면 일반 예약자 중에서 절반 이상이 중년층 이상"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40, 50대 중장년층은 구매력이 있어 관람료가 비싼 대형 뮤지컬에 특화된 문화소비계층인데 이번 공연은 관람료도 저렴하고 200석의 소규모 공연인데도 중장년층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공연된 연극 '왕초 품바'도 중장년층이 몰리면서 성황리에 끝났다. 한 달간 총 관람 인원이 3천 명에 달했고 매진 횟수도 15회나 됐다. 공연장이 90석인 걸 고려하면 평균 80석을 채우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공연기획사 측은 40대가 오히려 젊은 축에 속할 만큼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뤘다고 했다. 고도예술기획 김종성 대표는 "품바는 소리를 갖고 마당극 형태로 가면서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특히 중장년층이 공감하고, 작품 분위기가 그들에게 애절하게 다가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공연 현장에서는 이 같은 중장년층의 '반란'이 공연에 목말라했던 그들의 갈증을 시의적절하게 풀어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점차 사회가 각박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공연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심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가족 해체 등 다양한 사회 문제 속에서 중장년층의 삶이 점점 힘들어지면서 공연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자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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