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무협

낡은 장르 무협, CSI 접목 현대적 재미 '하이킥'

진시(견자단
진시(견자단'오른쪽)와 아내 아유(탕웨이'왼쪽)이 아들을 안고있는 영화의 한 장면.
형사역을 맡은 바이쥬(금성무).
형사역을 맡은 바이쥬(금성무).

진시(견자단)는 아내 아유(탕웨이)와 두 아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는 종이 기술자다. 그러던 어느 날 진시가 일하는 가게에 흉악한 강도 두 명이 찾아와 돈을 요구한다. 이들이 주인을 죽이려고 하는 순간 어수룩한 그가 나서 허리를 잡고 제지한다. 그는 강도들의 칼을 피하면서 결국 그들을 물리친다. 무술과는 담을 쌓고 사는 그가 휘두른 팔에 강도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시체를 부검하던 수사관 바이쥬(금성무)는 강도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님을 의심하고, 평범한 촌부인 진시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사인이 고도의 무예기술에서 나온 것이라 판단한 때문이다. 사건현장의 증거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 보는 바이쥬는 진시가 무예 사교집단 72파에서 사라진 한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10년 전 잔인한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밝혀낸다.

어두운 과거를 묻고 본성을 감추고 살던 진시는 바이쥬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그의 존재는 72파에 알려지고 마침내 아버지(왕우)가 이끄는 사악한 집단 72파에 맞서 마을과 가족을 지켜야 하는 결전을 치른다.

제목부터 간결하기 짝이 없는 무협영화 '무협'은 유려하고 아름다운 무협영화다. '첨밀밀'에서 가슴 뭉클한 사랑의 감정을 그렸던 진가신 감독의 미적 감각이 칼싸움과 만나 깊은 서정적 무협물로 탄생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처럼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감추려고 했던 무림의 고수가 고지식한 한 사람에 의해 정체가 드러나는 바람에 가정에 위기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중국 무협영화의 아이콘 견자단의 화려한 액션이 빛이 난다. 현란한 발놀림으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초반 강도와의 대결도 그렇지만, 후반부 본격 무협물로 전환되면서 무협영화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진시가 여검객(혜영홍)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과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온 72파의 두목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단순한 결투를 넘어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는 듯하다.

'무협'은 CSI와 같은 수사극이 곁들여지면서 여느 무협액션물과 차별화를 꾀한다. 너무 빨라 놓친 장면을 재구성해 긴장과 이완의 묘를 잘 살리고 있다. 견자단은 어눌한 촌부가 숨기고 있는 살의와 가족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갈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수사관으로 나온 금성무도 진지하지만, 어수룩한 '형사 콜롬보'와 같은 형사 캐릭터로 나와 단순해 보이는 사건을 재조합하면서 재미를 더한다.

특히 70년대 홍콩 무술영화의 대표작 외팔이 시리즈를 통해 무협영화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왕우가 17년 만에 스크린에 등장해 숨 막히는 긴장감을 더해준다. 진가신 감독의 끈질긴 요청으로 영화에 출연한 그는 63세의 노장임에도 예전의 카리스마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운남성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상미도 돋보인다.

 무협영화는 낡은 장르다. '와호장룡'을 거치면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는 평이 많았다. '무협'은 재미와 함께 완성도를 통해 여전히 장르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17일 개봉 예정. 상영시간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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