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무심한 ×

항간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돈 적이 있다. 남편이나 아내 한 사람만 보고 사는 사람은 '무심한 ×'이요, 애인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은 '한심한 ×'이요, 애인이 둘인 사람은 '양심 있는 ×', 셋인 사람은 '세심한 ×', 넷은 '사심이 많은 ×', 그 이상 열 명에 가까운 사람은 '열심히 사는 ×'이라는 얘기다. 불륜이 만연한 세태를 풍자하는 유머다. 어느 옷가게 주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이 같은 유머를 실증한다. 근래 60, 70대 남자와 함께 옷을 사러오는 40, 50대 여자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비싼 여성 의류를 고르는 그들은 당연히 부부가 아닌 애인 사이라는 것이다.

장사꾼이 물건을 파는 데 싫을 까닭이 무엇일까만, '어리석은 남자'와 '못된 여자'를 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는 고백이다. 중년 남녀의 애인 관계는 더욱 교묘하다. 평일 낮에 한 번 정도 감쪽같이 만날 뿐, 주말과 휴일에는 절대 서로 연락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애인 하나쯤 없는 사람을 '무심한 ×'으로 매도하는 치들은 불륜에 관해서도 철저한 남녀평등을 고수한다. 남편의 바람기를 보다 못해 '오기로 서방질한다'는 말은 아예 고전이 되어 버렸다.

요즘은 남편 외에 애인 한둘 없는 여자 또한 무슨 팔불출에 속한다니 세상 참 요지경이다. 하긴 도시는 물론 시골 읍면 지역까지 난립한 러브호텔이며 모텔은 누가 다 이용할까. 물에 빠진 사람은 건져내기만 하면 금방 제정신이 돌아오지만, 불륜에 빠진 사람은 건져내도 그 후유증이 사뭇 심각하고 오래간다는 말도 있다.

노자 도덕경에 이르기를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라고 했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넓어 성긴 것 같지만 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만사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이렇게 근엄한 고전 문구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투병 중인 남편과 아내 대신 생계와 살림을 도맡으며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허락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이 숱하다. 누가 과연 무심하고 한심한 ×일까.

대구의 한 문인이 쓴 시 구절을 덧붙인다. '나 없는 세상에도/ 철 따라/ 산자락에는/ 꽃 피고 새가 울고 있을까//…// 나 없는 세상/ 계속되는 하루/ 된장국 냄새 풍기는 주방 너머/ 그 사람 온기가 남은 소파에도/ 달빛은 고개 내밀고 있을까.'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