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미지를 편안하게 풀고 싶었어요. TV에서는 큰 상도 두 번이나 받았는데 스크린에서도 인정을 받고 싶었죠. 사실 복수 코드가 나오는 작품은 제가 캐스팅 영순위래요. 너무 감사하긴 한데, 앞으로는 멜로 영화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웃음)
배우 장서희(39)는 그동안 여러 가지 역할을 했는데 한 면만 부각되는 것 같은지 서운한 눈치다. 그녀는 "대중에 사랑받기 전에도 안 해본 역할이 없다"며 "하지만 대중이나 감독님들은 히트작만 생각한다. '사물의 비밀'이라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장서희에게 저런 면이 있었어?'라는 반응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영화 '사물의 비밀'(감독 이영미)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장서희. 그녀는 '백지영의 남자' 정석원(26)과 함께 연기를 펼쳤다. 어린 제자(정석원)와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사회학과 교수 혜정이다. 제자와 육체적 관계를 갖고 싶어하는 욕망과 사회적 통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로, 장서희는 그 인물의 이중 심리를 섬세히 표현해냈다.
장서희는 1981년 전국예쁜어린이 선발대회 1위를 시작으로, 30여 년을 연예계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연기를 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금전적으로 풍부해지거나 인기가 높아질 순 있겠다. 하지만 장서희에게 연기를 향한 기본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연기가 너무 쉽다거나, 설렁설렁 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연기 베테랑 장서희도 감정에 몰입하는 연기가 어려운지 물으니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연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표현해야 하는 거잖아요. 관객들이 감정이입이 돼 감동을 받아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니까요. 또 요즘에는 시청자나 관객의 수준이 높아요. '발연기'하면 난리 난다니까요. 배우들이 책임감 있게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장서희는 연기 경험이 많으니 신인인 정석원을 이끌어 호흡을 맞추며 쉽게 연기를 했을 것 같다고 하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솔직히 처음에는 신인과 연기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대선배로서 자신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정석원과 서먹서먹하기도 했고, 키스 신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여전히 어색했다고 했다.
장서희는 "키스 신을 촬영할 때 서먹서먹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행히 잘 나왔다"고 좋아했다. "석원이가 노력하는 모습, 극에 몰입하려는 모습이 좋았어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것에 대해 제가 걱정스런 말을 해도 '괜찮아요, 나이 차이 안 느껴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자신보다는 정석원이 더 정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하는 그녀. 장서희는 "단시간에 감정을 표현해야 했는데 석원이가 잘 해냈고, '새로운 좋은 배우가 태어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지켜봤다"고 만족해했다. 이 영화를 통해 정석원은 '백지영의 남자'라는 수식어를 뗄 수 있게 됐고, 그간 보여준 스턴트맨 출신의 액션 배우라는 이미지가 누그러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장서희도 '아내의 유혹'이나 '인어아가씨'를 통해 쌓은 '복수 연기의 1인자'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를 잡았다.
그녀는 다른 이미지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는 물론, 자신의 나이와 같은 여성을 연기하는 점이 마음 편하고 좋았다고 강조했다. "'아직 더 보여줄 게 많은데 왜 벌써 마흔이냐'며 술주정하고 우는 신이 있는데 진짜 제 마음의 연기였어요. 그때 감독님도 감정이 이입돼 우셨어요. 감독님도 결혼을 아직 안 하셨는데 눈이 빨개지고 만족해하면서 찍은 거죠."(웃음)
이 영화가 공개되기 전 영화계에서는 장서희가 파격 노출, 누드 신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하지만 일부 노출은 있으나 누드는 없다. 극중 횟집녀로 나오는 윤다경이 첫눈에 반한 젊은 남성과 불타는 사랑을 하며 파격 정사 신을 보이기는 하지만 장서희는 적정선(?)을 지켰다.
"제 파격 노출과 누드 신을 기대하고 오셨다가 '낚였네'하고 돌아가시면 어쩌죠? 제 누드는 안 나오는데…. 횟집녀 같은 노출은 아마 제가 20대였다면 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관객에게 예의가 아니죠."(웃음)
장서희는 그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에서 이름을 드높였다. 1992년 '야망의 대륙'이라는 한중 합작영화 출연을 시작으로, 중국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류 1세대'다. 최근에도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드라마 '서울 임사부'를 끝냈고, 현재는 500억원 규모의 제작비가 들어가 화제가 되고 있는 '수당영웅'을 촬영하고 있다.
장서희는 "지금 후배들도 중국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한류를 유지하려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히트작은 수명이 짧지만,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 한류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연기로 인정받았다는 게 기분이 좋다"며 "감독이 내 연기를 모니터하라고 신인배우들을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웃었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마흔 살. 결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마음은 있죠. 외국에 거의 나가 있는데 누가 붙겠어요.(웃음) 하지만 전 인연을 믿어요. 나이 먹더라도 인연이 나타나겠죠. 철도 들었을 테고, 인생 경험도 많을 것이고, 시행착오를 하다 만나는 거니 확실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분명한 건 그 대상이 연예인은 아닐 거라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을 해서인지 조금도 여기에 섞이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웃음)
장서희는 연인을 공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스캔들을 무서워할 필요가 있나"라며 "누구를 좋아하는 게 죄짓는 일도 아니고, 난 연애를 하면 '연애한다'고 당당히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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