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싸움] 상설 경기장 잇단 추진

주말 경기 정례화…가족단위 나들이객 유혹

스페인에 투우가 있다면 한국에는 소싸움이 있다. 전국 소싸움의 고장으로는 진주와 청도가 가장 유명하다. 민속 소싸움대회는 진주가 본고장으로 의령 등 경남지역에서 훨씬 성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청도군이 상설 소싸움장을 건립하고, 매 주말 소싸움대회를 개최하면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소싸움의 고장으로 정착했다. 토'일요일 청도 소싸움장에 가면 무료로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소에 돈을 걸고 흥미진진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청도 소싸움 전용 돔 경기장

청도군은 780억원을 들여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소싸움 전용 돔 경기장을 개장했다. 이와 함께 전국 처음으로 우권을 발매해 한 경기에 100원~1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는 '한국형 소싸움'을 펼치고 있다. 청도 소싸움장의 갬블사업은 2002년 제정된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용됐다. 경마나 경륜처럼 돈을 걸 수 있는 베팅 상품이다.

청도 공영사업공사 박종규 사장은 "개장한 지 3개월째인데 관람객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며 "경마나 경륜보다 배당률이 높은 편이며, 화상 경마장과 달리 소싸움을 직접 보며 베팅할 수 있는 등 볼거리와 호기심을 충족시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근 청도군수는 "소싸움 경기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주말에 돔 경기장을 찾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늘고 있다"며 "도시민들의 건전한 레저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싸움 발상지 진주

진주 전국 민속 소싸움대회는 소싸움의 발상지답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대회 규모나 내용 면에서 전국 최고를 자랑하며 매년 전국에서 소싸움 마니아들이 몰려들고 있다. 진주 소싸움의 역사는,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 기념잔치에서 비롯됐다. 고려 말부터 진주를 중심으로 자생한 고유 민속놀이로 발전했다. 일제강점기 때도 성행했다. 해마다 5월과 10월에 전국 규모의 대회를 열고 있다.

◆강원도 횡성도 소싸움장 건립 추진

횡성군은 청도 소싸움장 같은 상설 소싸움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청도에 직원들을 파견, 돔 경기장의 시설 현황을 둘러보는 등 벤치마킹을 했다. 횡성군은 청도와 같이 소싸움 전용 경기장을 개장하고 우권을 발매하여 운영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청도 싸움소관리센터

"될성부를 싸움소를 이곳에서 길러 냅니다."

청도군에는 군공영사업공사가 운영하는 싸움소관리센터(청도군 각남면)가 있다. 싸움소 양성소인 이곳에는 지난 8월까지 104마리를 훈련시키고 있었으나 지금은 44마리만 남아 있다. 싸움소로 육성한 60여 마리는 농가에 분양했다. 센터 입구엔 싸움소의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한 훈련 기계인 거대한 원형 도보기가 설치돼 있다. 싸움소들의 러닝머신인 셈이다. 이곳에 있는 소들은 대부분 1~2세로 아직은 어리지만 몸집은 600㎏이 넘는 거구다.

변승영 관리소장은 "두 살 이상 돼야 싸움장에 나갈 정도가 된다"고 말한다. 싸움소의 전성기는 5~6세 때다. 15세쯤 되면 대부분 은퇴한다. 현재 청도에는 142마리의 싸움소가 등록돼 있다. 상설 소싸움장이 개장되면서 싸움소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싸움소의 먹이는 콩과 보리쌀, 사료 등을 넣어 끓인 쇠죽이다. 오전 9시 30분부터 원형 도보기 걷기와 타이어 끌기, 타이어 머리 박기, 산악구보 등 훈련을 시작한다. 틈틈이 스파링하면서 싸움소의 기질을 길러간다. 실전을 통해 머리 밀기와 뿔치기, 목감아 돌리기, 들어 밀치기 등 다양한 기술을 익힌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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