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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건설업계 최저가낙찰제에 집단행동

'벼랑끝' 건설업계 최저가낙찰제에 집단행동

"건설업계가 단체로 모여 정부에 항의하는 것은 60년 건설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내년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벼랑 끝에 몰린 건설업계가 보기 드문 집단 행동에 나섰다.

전국의 건설업 관련 종사자 1천500여명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 모여 이날 기획재정부가 개최할 예정이던 '최저가 낙찰제 개선방안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소속 단체별로 '최저가 확대 철회', 최저가 폐지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완장이나 머리띠를 두른 건설인들은 공청회 장소 주변을 가득 메우고 최저가낙찰제를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로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을 규탄했다.

이들은 정부가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자인 중소건설업체를 배제하고 학계, 시민단체, 법조계, 대형 건설사 관계자만 토론자로 초청해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대 70명밖에 들어갈 수 없는 작은 공간을 공청회 장소로 정해 건설업 종사자들의 진입을 사실상 원천봉쇄한 데 따른 분노가 컸다.

한 참석자는 "원래 넓은 곳에서 공청회를 열려다가 건설인들이 몰려와 항의한다고 하니까 작은 방으로 바꿨다고 들었다"며 "이건 공정한 공청회라고 볼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기재부는 대강당으로 옮겨 공청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분노한 건설인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행사장 밖에서 농성을 벌이자 일단 공청회 개최를 포기하고 향후 재개최 여부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제조업과는 달리 집단으로 실력행사를 하는 일이 드문 건설업계가 정부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항의 모임을 가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전언이다.

다원건설 이계원 대표이사는 "대한민국 60년 건설사에서 건설업계가 단체로 모여서 항의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동안 대체로 건설업이 정부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지만 이제는 최후의 순간이 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저가낙찰제의 시행 이후 덤핑 입찰이 늘어나고 공공공사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의 영역인 300억원 미만 공사로까지 제도가 확대되면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 뻔하다는 이야기다.

최저가낙찰제가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되면 중소 건설업체들의 고사로 연관 산업과 지역 고용에 큰 타격이 예상될 뿐 아니라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와 저급 자재의 투입으로 인한 부실시공 등의 우려가 크다고 건설업계는 주장한다.

또다른 참석자는 "오늘 전국에서 건설인들이 몰려든 이유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최저가낙찰제가 그대로 확대 시행된다면 내년 선거 여론이 나빠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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