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나의 가족

지구 반 바퀴 넘어 리비아, 싱가포르 등 10여 년을 해외 건설현장의 일을 마치고 이제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내 남편. 오늘은 조촐한 식탁에 마주 앉아 오랜 투병생활로 눈이 어두워진 내게 생선 가시를 발라준다. 무엇보다 내 친정 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해마다 가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연꽃과 수련 사이를 잉어 떼가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운암지와 함지산 자락의 변화무상한 사계절을 거실에서도 볼 수 있는 곳. 여기서는 아파트 속 전원주택이다.

실내 인테리어까지도 꼼꼼하게 챙겨주던 내 아들, 심성이 너무 고와 오히려 안쓰러운 내 살가운 며느리, 'ABBA' 의 신나는 음악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 함께 빠질 수 있는 불혹의 나이를 넘긴 내 딸, 가족여행에는 앞장서주던 듬직한 내 사위 그리고 쥐눈이콩 만큼이나 앙증맞고 원더걸스 춤을 곧 잘 추는 내 손녀 서현이, 스파이더맨 마니아인 준하, 여자 친구에게 관심이 많은 재우, 늘 싱글벙글 잘 웃는 재호. 모두가 사랑하는 내 가족들이다.

나는 정말 내 것이 많다. 욕심껏 들여 놓아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저 하늘이 있고 바람이 휩쓸고 간 앙상한 나뭇가지에 12월의 마지막 달력처럼 덩그러니 걸려있는 저 달도 내 것이고 지금도 돌팔매질 하면 쨍그랑 소리 내며 마구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초롱초롱한 저 별들도 내 것임에 틀림없는데 마음은 이토록 허전하고 시린 것일까? 강변 둔치에 무리 지어 백발을 자랑하는 억새와 갈대들, 길섶에 나뒹구는 낙엽들도 이제 제 갈 길을 서두른다. 지는 해가 더 아름답고 떨어지는 저 낙엽들도 형형색색 곱기도 하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나도 저 서산마루에 걸린 해처럼 떨어지는 낙엽처럼 곱게곱게 지고 싶다. 곱게곱게 떨어지고 싶다.

이수자(대구 북구 구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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