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강신정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센터장

"식품 안전 기준 '과학'만 고집 안돼…국민 정서'해당산업 미래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하 애정남)가 요즘 화제다. 시청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난감한 상황에 대해 출연자들이 나름의 기준을 제시해 주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친구 결혼식 축의금 액수는 결혼 성수기(봄'가을)에는 3만원, 비수기에는 5만원으로 한다'는 식의 해답을 제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이 코너의 성패는 얼마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로 이 코미디 프로그램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출연자들이 제시한 내용이 적절한가를 주제로 매주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준을 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특히 그 기준이 단순한 개그 소재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일 때는 더욱 그렇다. 강신정(54)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시험분석센터장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정해주는 남자다. 그가 정한 기준은 '애정남'이 제시하는 '기준'과 달리 지키지 않으면 경찰이 출동하고, 수갑을 차게 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래서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강 센터장은 "과학적인 근거만으로 기준을 정해서는 곤란하다"며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과 일반 국민들의 수용 태도 등을 두루 고려해야 새로운 기준 때문에 우는 사람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 센터장은 지난해 한약제제 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한약 내 잔류 중금속 허용치를 조정하는 업무에 깊이 관여했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데도 국민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기준은 채택되지 못했다. 이해 당사자들의 읍소와 협박도 소화해야 했지만 한방산업의 미래도 고려 요소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기준이 바뀌자 생산'채집자, 약재상, 수입업자, 한의사 등 한약재 관계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는 부하직원들에게 실험실의 통계자료뿐 아니라 신문도 꼼꼼하게 읽을 것을 적극 권한다.

강 센터장은 약대 출신이다. 선후배들처럼 제약회사나 개업 약사의 길을 가지 않고 공직으로 들어선 데는 국립보건원(의약품 평가부)에서 병역특례과정을 마친 것이 계기가 됐다. "제가 공직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로봇 태권브이를 만드는 기계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정도였죠. 그런데 막상 공직생활을 해보니 적성에 너무 잘 맞습니다. 차분하게 제 일에 집중하면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강 센터장은 정보화 마인드가 상당하다. 약학 관련 개인 홈페이지(www.drug.co.kr)를 직접 운영하며 국내 약학계에 세계적인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제약업계 등에서는 강 센터장의 홈페이지를 하루에 한 번 이상 방문할 정도라고 한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강 센터장은 유년 시절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대구로 이사 온 뒤 영선초교'중앙중'경북고'영남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남대 환경대학원에서 석사, 충북대에서 약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캐나다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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