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학 부활을 위해 대구문인협회(회장 구석본)가 제정한 '대구의 작가상' 두 번째 수상자로 박소유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 시집 '어두워서 좋은 지금'은 60편의 시를 묶은 책으로 시적 대상에 대한 집요한 천착으로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평범한 시어만으로도 시적 긴장감과 깊은 호소력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부산일보 신춘문예(1988)와 현대시학(1990)으로 등단한 박소유 시인은 "어릴 때는 어둠을 두려워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둠에 익숙해진다. 그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어둠에 대한 경외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둠은 빛의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에는 밝음과 어둠이 있다. 그 어둠을 긍정하고 들여다볼 때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곳에 도착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처음 엄마라고 불러졌을 때/ 뒤꿈치를 물린 것 같이 섬뜩했다/ 말갛고 말랑한 것이 평생 나를 따라온다고 생각하니/ 어디든 도망치고 싶었다/ 너무 뜨거워서/ 이리 들었다 저리 놓았다 어쩔 줄 모르다가/ 나도 모르게 들쳐 업었을 거다/ 아이는 잘도 자라고 세월은 속절없다/ 낯가림도 없이 한 몸이라고 생각한 건 분명/ 내 잘못이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말이 복음이었나/ 앞만 보고 가면/ 뒤는 저절로 따라오는 지난날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깜깜 무소식이다' -어두워서 좋은 지금- 중에서.
엄마라는 위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살이가 그런 것일 거다. '지긋지긋하고 허망하다며, 왜 이리 내 뒤꿈치를 모질게 물어 뜯느냐'며 한숨 쉬고 고개를 흔들지만 행여 그 세상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단속하는 것 또한 사람살이의 숙명일 것이다. 한몸처럼 붙어오는 줄 알았는데 문득 돌아보니 '깜깜 무소식'인 것 또한 내 삶일 것이다. 박소유 시인은 바로 그 삶을 긍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시는 내가 쓰는 게 아니다. 시작은 내가 하지만 그 시를 이끌어 가는 사람, 마지막 점을 찍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시가 스스로 시를 쓴다. 시와 마찬가지로 세상살이도 그렇지 않은가?"
박소유 시인은 "시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냥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시는 여전히 내게 어떤 것이다. 자꾸 피하고 싶은 어떤 것, 시를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어떤 것에 대해 쓰고 있는 것, 그게 시인의 운명인 것 같다"고 말한다.
대구작가상 심사위원들은 "2011년에 발간된 시집을 통해서 대구가 '시의 도시'임을 새삼 확인했다. 그만큼 수준 높은 시집이 많아 단 1권의 시집을 결정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제2회 대구의 작가상 심사는 2010년 11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간행된 지역시인의 시집 23권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시상식은 12월 3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 '아르떼'에서 열린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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