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2차 처리 시한으로 정했던 어제 여야 모두 방침이 서지 않아 본회의가 취소됐다. 다음 본회의가 잡혀 있는 24일까지 극적인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24일 처리도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여야의 정략적 접근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는 공공 부문에 대한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고, 사법'경제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우리나라가 85개국과 맺은 각종 양자간투자협정(BIT) 대부분이 ISD를 포함하고 있으며, 2006년 이후 대미(對美) 투자액이 대한(對韓) 투자액의 2.5배에 이르는 등 대미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의 보호를 위해서 오히려 필요한 제도라고 맞서고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렇게 극명하게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니 누구 말이 맞는지 국민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국민이 더욱 헷갈리는 것은 지금의 주장이 4년 전과는 180도 다르다는 사실이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자동차 부문에 대해 우리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에 ISD 조항을 내준 것"이라고 했다. 외통위 간사인 김동철 의원도 "당시 우리(열린우리당)도 ISD에 까막눈이었다. 공부할수록 지극히 불리한 조항임을 깨닫게 된다"고 했고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차례나 지낸 정동영 의원도 "그때는 잘 몰랐다"고 고백했다.
이런 말에 국민은 모골이 송연하다. 이들이 정말로 '그때는 몰랐다'면 국민은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할 능력도 없는 무식꾼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긴 것이다. 이는 민주당 스스로 국가 운영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 한나라당도 다르지 않다. 홍준표 대표는 4년 전에 "한국의 사법 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때는 몰랐다면 지금은 과연 잘 알고 있는 것일까.
경제 주권과 사법 주권이 걸린 문제에 대한 판단이 4년을 시차로 180도 달라졌다는 것은 결국 여야 모두 실체적 진실은 외면한 채 정략에 올인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정치 모리배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또 나라를 맡겨야 하는지 국민은 답답하다. 무엇이 국가를 위한 진정한 길인지 정치권은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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