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계하는 것, 그것이 공동체입니다." #2. "가슴 뛰는 세상입니다." #3. "스펙(spec)을 위한 나가 아니라 나를 위한 스펙" #4. "대구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힘 써야죠."
'자연계의 청년 철학자'를 꿈꾸며 인도 오로빌 공동체, 프랑스 떼제 공동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리투아니아 교환학생 등을 체험하고 돌아온 박성익(26'경북대 농대 임학과 졸업) 씨가 자신의 진솔한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메시지를 인터뷰 중 4가지나 던졌다. 그의 인생 스토리를 듣던 중 나온 얘기들이라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박 씨는 올해 가을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아니라 한마디로 '애 늙은이'. 세상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고, 사람에 대한 애정도 강했다. 그랬기 때문에 고교 2학년 때부터 이런 삶을 꿈꾸고 달려왔다. 취업에 죽도록 매달리고, 학점에 온갖 신경을 쓰고, 토익점수에 혈안이 된 그런 일반적 대학생과는 180도 달랐다. 직장에 취직하는 것은 아예 생각도 없고, 좋아서 하는 공부니 당연 4년 내내 장학생(학점 걱정은 하지 않음), 영어는 충분히 잘 하지만 토익시험은 한 번도 응시한 적이 없다.
2011년 11월 10일 현재는 대구에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울러'라는 상호로 이번 주에 북구 복현오거리 인근에 사무실을 열었다. 이 기업은 '가치집단 회사'로 '대구에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함께 나누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다. 이미 여러 루트를 통해 지원도 받아냈다.
'하회탈'처럼 환하게 웃는 박 씨를 경북대 백호관에서 만나 짙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그의 특이한 삶 속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캠퍼스 곳곳에 나뒹구는 수많은 낙엽들이 경북대 졸업생인 박성익이라는 인간의 흥미로운 삶에 귀를 기울였는지, 재밌다고 이쪽저쪽으로 뒹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굿 윌 헌팅'의 맷 데이먼
영화 '굿 윌 헌팅'은 노교수인 로빈 윌리엄스가 말썽꾸러기 대학생 맷 데이먼을 만나면서 느끼는 진한 우정이 키 포인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교수라는 직책은 껍데기일 뿐이고,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영혼의 교감이자 정신세계의 교환이다.
박성익은 고교 2학년 때 맷 데이먼이 됐다. 로빈 윌리엄스 역할은 동국대 철학과 김필수 교수였다. 외부 활동을 통해 우연찮게 둘은 만나게 됐지만 교감의 파장은 컸다. 김 교수는 자연계의 대철학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라는 책을 소개했고, 박 씨는 이 책을 읽고, 수시로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김 교수는 영혼의 교감 때문인지 수업 중에도 박성익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박성익이라는 학생에 대해 얘기를 해줬고, 그의 질문을 소개했다.
심지어 김 교수는 박 씨에게 '자네가 이곳(자연 철학계)에서 뜻을 펴 줬으면 좋겠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박 씨의 부모가 임학과나 철학과에 들어가는 것을 완고하게 반대하자 김 교수는 부모를 만나 설득까지 했다. 결국 김 교수의 설득으로 부모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박 씨는 2004년 경북대 임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하자 교감할 수 있는 또 다른 파트너도 생겼다. 김필수 교수의 수업을 듣던 김민지(여'동국대 한의예과 졸업) 씨. 두 사람은 함께 경주 도리마을 산촌유학센터 등에서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며 좋은 영감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2006년 신선한 충격이 그의 삶에 던져졌다. 그곳에서 만난 함원신 산촌유학센터장과 그의 아들 함용재 씨가 인도의 오로빌 공동체에 대해 귀가 솔깃하도록 얘기를 해 준 것. 그해 박성익은 인도로 떠났다.
◆실천하는 자연 철학자가 되게 한 경험들
방위산업체에서 2년 4개월 동안 군 복무를 마친 2007년 3월 박성익은 곧바로 인도의 오로빌 공동체로 떠났다. 군복무는 오로빌로 가는 경비와 언어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간이었다. 그가 모아둔 월급이 경비가 됐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면서 영어실력도 부쩍 늘어난 것.
박 씨는 "놀랍도록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졌다"며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오로빌 공동체에서 마치 천국 같은 생활을 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리가 쓴 '오래된 미래-라다크를 가다'의 배경이 된 라다크에도 가봤습니다"라고 뿌듯하게 말했다. 기자가 '잘 와 닿지 않는다'고 반문하자, 그는 상세하게 설명했다.
"전 세계 모든 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입니다. 누군가 생일이 되면, 각 나라의 갖가지 생일축하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각자 나라별 음식을 요리해 함께 모여서 먹습니다. 저는 주로 전(파전, 김치전 등) 종류와 계란국, 김밥 등을 준비했는데 인기 짱이었습니다. 전 세계 깨인 사람들 속에 있으니 마치 지구촌 사람들의 선한 기운을 모두 내 몸에 담는 것과 같습니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들이 모두 풀렸습니다."
2010년엔 또 다른 영적 폭발이 있었다. 경북대를 졸업하기 전 리투아니아에 자유전공 교환학생을 자원했고, 선발됐다. 그래서 리투아니아로 떠났다. 그때는 주로 정치'경제'국제관계 등 무거운 주제에 대해 공부했다. 그러다 7월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다. 900㎞에 이르는 길을 35일 동안 걸으면서 인류평화의 마음을 가슴에 담았다. 겨울엔 유럽 여행을 하다 프랑스의 떼제 공동체에 3주 동안 몸을 담았다. 떼제 공동체는 에큐메니컬 운동('크리스챤은 하나다'는 운동을 펼치는 공동체)을 펼치고 있다. 종교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하이브리드' 성익, 앞날을 개척하다
친환경 고성능 자동차를 지향하는 자칭 '하이브리드'(hybrid) 박성익은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이미 2007년 오르빌 공동체부터 2010년 떼제 공동체에 이르는 경험은 대구에서 폭발하고 있다. 떼제 공동제에서 만난 한국인 누나가 추천한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는 제목의 책을 보고, 한국에 돌아가서 사람도서관에 참가할 것을 다짐했다.
마침 한국엔 '사람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고, 그는 직접 경북대에서 '사람도서관'을 기획했다. 이 '사람도서관'은 '살아 있는 책'을 빌려주는 것으로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11년 전 한 뮤직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작한 신개념 도서관으로 책 대신 사람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박 씨는 또 인터넷 카페 '아울러'(http://cafe.daum.net/Smallsteps)를 통해서도 '사람도서관'에 관한 정보를 네티즌들과 공유하고 있다. 또 다음 오프라인 '사람도서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운영할 사회적 기업도 '아울러'로 명명했다. 출항 준비도 다 끝났다. 돈보다 소통을 중시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친구같은 직원 3명도 구했다. 직책도 대표이사, 부장 등이 아닌 4명 모두 링커(linker'연결자)로 통일했다. '사람도서관'으로 소셜 벤처 전국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 상금도 창업자금에 투입됐다. 언론에 비칠 때 전할 메시지도 잘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할 일도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교보문고와 함께 하는 사람도서관', '초'중'고교 멘토 프로그램', '지역사회의 실력 있는 스타 만들기' 등이다.
박 씨는 "대구에서 할 일이 많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치있는 곳으로 거듭나는 도시를 꿈꾼다"며 "'청년포럼'도 열어 대구경북지역의 청년들이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날개를 펴도록 돕고 싶고,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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