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빡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이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늘 깊고 아픈 시를 쓰는 시인의 새 시집에서 재미있는 시 한 편이 나왔다. 어떤 것을 해석하는 차이는 관점의 차이일까. 예를 들면 나와 너가 만나서 부부가 되는 순간 나와 너는 없고 우리가 된다는 견해. 혹은 어찌해도 인간은 개별체라는 의견 말이다. 형과 질은 변할까 안 변할까.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는 시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기.
한통속이 된다는 것, 서로 이형질인 것처럼 굴다가도 공통의 이권 앞에서 손발을 따뜻이 데워줄 마늘꿀절임이 되는 상황이라니. 그런데 정말 하나가 된다는 게 가능할까. 다시 예를 들어보자. 그렇게 한 통속이다가 헤어질 땐 더 냉정한 개별체가 되니 그간 통합된 형질은 다시 되돌아가는 형상기억합금의 속성도 가졌나보다.
일전에 인터넷 잡지에서도 소개된 글, 동일한 선정이라 피해가려다 다양한 해설을 즐기는 것도 또 한 맛이라 소개해 본다. 어찌했든 하이쿠를 연상케 하는 마지막 행,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리는 가을밤엔 결국 나도 당신도 없다. 가을밤만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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