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치매

알츠하이머 '수애'도 후천적 뇌손상 원인

TV드라마
TV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주인공 이서연(수애)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dementia)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정신이 없어진 것'이라는 뜻이다. 정상 생활을 하던 사람이 후천적인 뇌 손상으로 기억력, 언어능력, 방향감각, 판단력 등을 잃어가는 것이다. 인지기능 장애가 심각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날 때 치매라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에서 유병률은 9.5~13%이며 80세 이상에서는 40% 이상에 이른다. 치매는 특정 질환의 진단명이 아니다. 두통처럼 일종의 증상이자 질병군이라고 할 수 있다. 두통의 원인질환이 매우 많은 것처럼, 치매라는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질환도 수없이 많다. 의학적으로는 적어도 50가지 이상의 원인질환이 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가장 많은 유병률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이 있고, 혈관성 치매와 치료 가능한 치매도 있다.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 알츠하이머병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 최초로 보고됐다. 뇌세포의 퇴행성 소실로 이상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이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원인이 되는 유전자와 물질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증상을 개선시키는 여러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가까운 시기에 예방 및 조기 진단,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학력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치매 모두의 위험 요소로 꼽힌다. 머리를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가 발병하는 나이가 4, 5년 정도 더 늦다는 연구도 있다.

여성 호르몬은 폐경이 된 여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치료제로 쓰인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치매가 없는 여성의 경우에는 폐경 후 여성 호르몬 투여를 받으면 인지 기능의 향상이 있고,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줄어든다고 한다. 뇌의 혈류량을 늘리고 뇌졸중 위험도 낮춘다고 한다. 아직 연구가 필요하지만 폐경 후 여성호르몬 치료는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울증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 우울증이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치매 등 진짜 치매와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아서 어떤 학자들은 우울증에 의한 치료를 가짜 치매(의학적으로는 가성 치매라고 함)라고 부르며 치료 가능한 치매로 분류하기도 한다.

◆예방 가능한 혈관성치매

혈관성치매는 뇌혈관과 관계 있다. 뇌의 신경세포는 혈류를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아 활동한다. 만약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으로 인해 뇌혈류에 장애가 생기면 신경세포는 손상되거나 소실되는데, 이렇게 뇌졸중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발생하는 치매를 혈관성치매라고 한다. 이 때문에 혈관성치매와 뇌졸중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안 된다. 따라서 일단 죽은 뇌세포는 살릴 수 없으므로 뇌세포가 파괴되는 원인을 미리 발견하여 그 원인을 없애 치매를 예방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특히 고혈압을 방치하면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그 결과 혈관성치매가 생긴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혈압약을 오래 복용하면 위가 상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꾸준히 복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고혈압을 조절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혈관성치매가 전체 치매의 반을 차지한다. 혈당조절도 중요하다. 당뇨환자가 혈관성치매에 걸릴 위험은 정상인보다 1.7배가 된다.

◆치료 가능한 치매도 10~15%

'모든 치매는 갈수록 나빠지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치매의 원인에 따라서 치료 가능한 치매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뇌종양, 수두증, 경막하 출혈, 갑상선 질환, 약물에 의한 치매, 비타민 부족증, 우울증, 경련성 질환이다. 치료 가능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10~15%를 차지한다.

치매로 진단된다면 인지기능의 향상과 행동치료에 세계적으로 공인된 약제인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토코페롤, 은행잎 성분 약제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초기 치매일수록 치료의 효과가 높으며 최소인지장애인 경우에도 치료에 의해 치매로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즉 치매는 암이나 성인병과 마찬가지로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하며 원인에 따라서 치료가 가능할 수 있고,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은 질병인 것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이현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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