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구 가창 실내테니스장에서 이색적인 테니스대회가 열렸다. 대상OB테니스회(회장 김원창 삼창스포츠 대표)가 주최'주관한 대구시 고교 동문 테니스대회다. 매년 전국에서 100여 개의 엘리트, 생활체육 테니스대회가 열리지만 고교 동문 대항전은 이 대회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이 대회는 두 번이나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 6월 말 대회가 예정됐으나 비 때문에 7월 초로 연기됐고, 다시 비로 인해 대회가 10월 말로 연기된 것이다.
이 때문에 대회는 가창 실내테니스장으로 옮겨 치러졌다. 경북고와 경북공고, 달성고, 대구고, 대구상고(현 상원고), 성광고, 청구고 등 7개 고교의 동문 선수와 가족 등 150여 명이 참가한 대회는 친선 도모와 함께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대상OB테니스회의 김상혁 대회 운영위원장은 "친선 도모를 우선으로 하는 대회이지만, 학교의 명예가 걸려 있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했다"며 "30대에서 60대까지 동문들이 어울려 경기를 하는 특성상 매 경기에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고 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생활체육 테니스대회는 보통 30대 청년부, 40대 장년부, 50대 베테랑부, 60대 시니어부로 나누어 치르지만 이 대회에선 나이와 상관없이 동문들이 한 팀이 돼 경기를 했다"고 전했다.
대회는 35세, 40세, 45세, 50세, 55세 이상부로 나눠 복식 5게임(경기는 55세, 35세, 50세, 40세, 45세 순)으로 치러졌다. 성광고는 예상을 깨고 정상에 올랐고, 대구고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성광고는 지난해 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터라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으나 이변을 연출했다. 성광고는 예선 첫 경기에서 경북고에 졌으나 조 2위로 오른 본선에서 청구고와 경북고를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이어 대구고와의 결승에서 성광고는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2대2로 맞선 마지막 5번째 세트에서 하창대-김현곤 조가 3대1로 뒤지다 6대4로 승부를 뒤집은 것이다. 이번 대회 최고령 선수인 이충세(64) 씨는 55세 이상부 전 경기에 출전해 성광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성광고 테니스 모임 '무위회'(회장 이재철)의 살림을 맡고 있는 최득호 총무는 "외부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우승을 작정하고 대회에 출전했다"며 "평소 승부욕이 강한 이재철 회장이 우승을 목표로, 공 좀 치는 사람들로 선수를 구성한 후 훈련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최 총무는 "무위회는 8년 전 초대 회장을 맡은 이영종 동문이 주축이 돼 결성됐으며 매년 4차례 분기별로 대구와 포항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구고는 청구'달성고와의 예선에서 1위를 차지, 본선에 오른 후 디펜딩챔피언 대구상고를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으나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북고와 대구상고는 각각 3, 4위에 올랐다.
청구고는 여성 2명이 출전, 주목받았다. 동문들의 부인인 이들은 남자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등 탄탄한 실력을 자랑했다. 이들은 각종 여성대회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실력파라 청구고의 본선 진출을 견인했다. 청구고는 예선에서 1승1패를 기록하며 조 2위로 본선에 올랐으나 성광고에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 대회는 내년부터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올해 우승팀 성광고가 주최하며 후원사인 삼창스포츠 이름을 따 삼창배 고교 동문 테니스대회로 열릴 예정이다.
대상OB테니스회 회장을 맡은 김원창 삼창스포츠 대표는 "골프 등 다른 종목의 동문 대회를 보고 자극받아 지난해부터 이 대회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대회를 경북지역과 영남지역, 전국으로 차츰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동문 테니스대회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가대표를 역임한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국내 테니스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여러 테니스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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