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쉬운 수능때문에… 高3교실 한숨 늘었다

이달 10일 수능을 치른 경북고 인문계열 A군은 답답하고 초조하다. 주변에선 쉬운 수능이었다고 하는데 기대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9월 모의평가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평균 2등급을 받는 등 중상위권(내신 3등급) 성적을 유지해왔는데, 막상 수능 가채점을 해보니 목표했던 대학의 학과에 지원이 힘들 것 같아 걱정이다.

'쉬운 수능'이라는 출제기관의 공언과 달리 고3 교실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시 2차 일정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수능 가채점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수험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관계기사 3면

올해 수능이 작년보다는 다소 쉬웠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변별력에 대한 걱정으로, 중하위권은 기대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심이 크다.

대건고 인문계열 B군의 가채점 결과는 395점 내외. 평소 부담스러웠던 언어영역을 잘 치러 큰 고비를 넘겼다. 정시에선 서울대까지 노려보겠지만 그전에 수시 지원 대학 4곳 중 2곳의 논술시험을 치를 생각이다.

가채점 점수가 390점 정도인 덕원고 C양은 정시 지원 대학 결정은 미뤄두고 수시 지원한 대학 학과의 논술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수능이 쉬워 저와 비슷한 성적대인 아이들 가운데는 잘 쳤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벌써 재수를 생각하는 아이들도 여럿이죠. 논술 성적을 잘 받아서 수시에 합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봐요."

내신 1등급인 정화여고 자연계열 D양의 가채점 점수는 369점이었다. 의대 진학을 꿈꾸는데 수능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언어영역과 수리 가형이 까다로워 점수가 실망스럽습니다. 서울과 지역의 두 의대에 수시 지원했는데 논술, 면접 준비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중위권 이하 학생들은 기대만큼 성적이 큰 폭으로 뛰지 않았다는 데 실망감을 나타냈다. 가채점 점수가 370점 내외인 오성고 인문계열 E군은 수능만으로 대학에 가겠다는 계획을 접었다. 언어영역이 어려워 생각했던 것보다 점수가 낮았기 때문.

일부 대학들은 쉬운 수능 때문에 정시 모집 동점자 처리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정시 선발에선 수리, 외국어, 언어, 탐구 순으로 동점자 처리 기준을 두고 있는데, 올해는 그 기준에 내신성적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신고 정지근 교사는 "출제기관의 공언과 달리 결코 쉬운 시험이 아니었다. 인문계 언어와 자연계 언어, 수리 가형이 까다로웠고 과학탐구도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며 "수험생들은 수시 2차 논술'면접 시험에 응시해야 할지, 또 수능 이후 수시 2차 원서접수를 해야 할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