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이어 加·멕시코 동참뜻 피력…TPP 판커진다

日이어 加·멕시코 동참뜻 피력…TPP 판커진다

일본에 이어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에 참여할 의향을 피력함에 따라 TPP의 '판'이 커지고 있다.

A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는 13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TPP 관련 다자대화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TPP는 자국의 경기침체를 무역으로 돌파하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APEC 계기에 부각시킨 이니셔티브로, 협상참여국들이 최종 서명할 경우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 지대를 탄생시킨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력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TPP가 자신들을 고립시키려는 정책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는데다 각국 내부의 이해관계로 인해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일본 이어 캐나다·멕시코도 동참의향…판 커지는 TPP =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호놀룰루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TPP 참여에 대한 "공식적인 의향"을 표명한다고 밝힌 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의 TPP 참여를 강력 희망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또 미국 당국자들은 멕시코 역시 TPP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TPP 협상에 나설 나라는 미국·호주·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브루나이·일본·캐나다·멕시코 등 12개국으로 늘어났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체제로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2006년 1월까지 회원국간 관세의 90%를 철폐하고, 2015년까지 무역장벽을 전면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협정은 2008년 2월 미국이 뛰어들면서 차원이 달라졌다.

2009년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도 아태지역을 중시하는 기조 속에 TPP를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평가했다.

더욱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참여 결정은 TPP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 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 하와이 APEC 계기에 별도로 만난 미국·호주·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브루나이 등 9개국 정상은 내년까지 TPP협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중국 견제' 함의 = TPP는 미국 주도의 대 중국 견제 시도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영향력이 계속 쇠약해지고 있고, 유럽연합(EU)은 남유럽 재정위기 속에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G2 시대'를 여는 동시에 아시아의 '지역패권국' 자리를 굳힌다는 목표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

특히 한중일 3국과 아세안 10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EAFTA)' 추진은 중국의 역내 경제패권 구축의 일환으로 비쳤다.

그런 만큼 미국이 판을 키운 TPP는 중국의 아태지역 내 영향력 확대에 대한 미국의 견제구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의 남중국해 분쟁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 안보 측면의 대중 견제라면 TPP는 경제적 측면의 대중 견제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당연히 중국은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은 지역경제 통합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그와 관련된 시도로 EAFTA, 동아시아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EACEP) 등과 함께 TPP를 거론했다.

미국 안방에서 열린 이번 회의의 핵심 이슈로 TPP가 부상한 상황에서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EAFTA와 EACEP를 거론한 것은 TPP가 아태지역 무역장벽 제거를 위한 여러 노력 중 하나일 뿐이라는 메시지였다.

또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기구를 통해 무역개방을 추구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는 뼈있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 중동 문제 등 각종 대외 현안에서 중국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는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TPP에 대해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세계경제 1,3위간 FTA…TPP 협상 순항할까 = 다수의 전문가는 TPP가 결실을 보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여개국으로 판이 커진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나라들이 자국 내 취약산업 분야의 반대를 극복하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나라간 거래에서 국영기업의 역할, 국가 간 정보의 흐름, 혁신(innovation)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정책 등 21세기 들어 부각된 무역 현안에 대한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그뿐 아니라 소비자 권익 보호 단체들은 현재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일부 드러난 TPP의 조문들이 모호하고, 친(親)기업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상의 미·일 FTA로 불리는 TPP가 세계 경제규모 1위와 3위의 이해관계를 균형감 있게 반영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TPP를 자국 수출 확대의 발판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의 재계와 의회는 일본이 무역장벽 해체에 적극적이지 않다면서 일본의 TPP협상 참여가 협상의 진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도 APEC 정상회담 기간 일본의 참여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일본 농업계의 로비가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경제산업상도 "천천히 튼실하게 협상에 진전을 이루는 것이 목표"라며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 한국과 여러 품목에서 경쟁관계인 일본이 TPP에 발을 들여 놓기로 함에 따라 한국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과의 FTA를 선점하려는 한국으로선 한미 FTA가 한국 의회의 비준 절차만을 남긴 상황에서 TPP의 진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다만 일본이라는 '거함'이 참여를 선언한 상황에서 TPP가 어느 정도 수준의 자유무역에 합의하게 될지, 합의의 시기가 언제일지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엇갈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최원기 교수(국제정치·경제 전공)는 "일본이 참여한 상황에서 TPP가 타결된다면 파괴력이 클 것이나 일본 국내적으로도 TPP에 대한 반발이 심한 터라 일본의 TPP 가입이 최종 성사될지, 또 협정의 수준이 전면적인 무역장벽 철폐에 이를지 등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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