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달서구의 한 예식장에서 장남 혼사를 치른 박현순(58) 씨는 예식장 식비를 계산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예상 하객을 최대 250명으로 계약했지만 식권이 430여 장이나 나가는 바람에 식비로 1천80만원을 지불했다. 이렇게 식권이 많이 나간 것은 예식장과 계약한 '답례품' 때문. 답례품이란 빵이나 찹쌀떡, 김 등 혼주가 식사를 하지 않는 하객들에게 제공하는 선물이다. 그는 결혼식 때 축의금을 내지 않는 50, 60대 '가짜 하객'들이 몰려와 식권을 무더기로 챙겨 답례품을 가져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박 씨는 "오후 2시에 식을 치러 밥 먹고 오는 하객들을 위해 현금 1만, 2만원을 주려했으나 예식장에서 판매하는 답례품 외에는 하객에게 줄 수 없다고 했다"며 "예식장은 김 한 상자에 2만5천원씩 뷔페 식사 가격과 똑같이 계산하기 때문에 이렇게 피해를 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대다수 예식장이 고객들에게 예식장에서 지정한 답례품 구매를 강요하거나 혼주가 하객에게 답례품 대신 현금을 줄 경우 벌금을 받는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는 등 예식장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대구경북 예식업계에 따르면 식사를 하지 않는 하객에게 답례로 제공하는 김, 안동간고등어, 찹쌀떡 등 1개 판매가는 2만5천~2만7천원으로 일반 뷔페 식사와 똑같다. 예식장에서 원가 5천~1만원인 제품을 '하객 답례품'으로 이름만 바꿔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게다가 일부 예식장은 하객들에게 답례품 대신 현금을 줄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 약관에 넣기도 한다. 북구의 A 예식장은 '하객에게 답례로 현금을 주지 않는다'는 계약을 위반하면 벌금 100만원을, 달서구의 B 예식장은 80만원을 혼주에게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알뜰한 결혼식을 원하는 젊은 예비부부들은 답례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19일 결혼식을 앞둔 이모(27'여) 씨는 압박을 견디다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예식장이 지정한 답례품을 하객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 씨는 "시중에서 1만원 하는 저렴한 와인이나 빵을 하나에 2만7천원씩 내는 것은 불공정거래 아니냐"며 "같은 대도시라도 부산지역은 예식장에서 파는 답례품 외에 현금이나 상품권을 하객에게 줘도 된다고 하던데 이건 대구 예식장의 횡포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예식장이 '답례품 장사'를 하는 것은 이를 제재하는 법이 없기 때문.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예식장의 답례품 판매와 계약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답례품은 소비자와 예식업체와 계약할 때 합의해 결정해야 한다.
대구 예식업계 관계자들은 예식장 대관료를 별도로 받지 않는 대신 고객과 합의 하에 계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예식업계 관계자는 "부산이나 창원 등 다른 도시는 예식장 대관료로 300만~500만원을 따로 받고 있지만 대구경북지역은 대부분 식비에 예식장 비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밥을 팔아서 장사하는 예식장에서 혼주가 하객에게 답례품과 뷔페 식사권 대신 별도로 마련한 돈이나 상품권을 준다면 식사를 하는 하객이 줄어 예식장이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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