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安' 재산 사회환원…나눔의 리더십? 대권가도 첫걸음?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설명과 달리 안 원장의 재산 환원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 실체도 없는 '안철수 당'에 대한 지지도가 30%를 넘는 상황에서 '나눔의 리더십'은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격이 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재산 환원 선언은 정치권 진출을 위한 본격 포석이란 해석이 정치권에서는 더 우세하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대선 출마다. 야권 통합 대열에 합류하거나 독자적인 정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원장과 가까운 법륜 스님이 신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안 원장이 14일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도 '정치 담론'이 녹아 있다. 그는 편지에서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젊은 세대가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 분배" 등의 언급을 했다.

안 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기성 정치권에서는 '안철수식 새 정치는 좋고, 기성 정치는 더 나쁘다'는 극단적 이분법이 더 극성을 부릴 것으로 우려도 하고 있다.

안 원장의 재산 환원 발표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정파별로 조금씩 달랐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친박계는 달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기업들의 기부문화 형성에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안 원장의 '광폭 행보'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안 원장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며 "대권 가도의 공식적인 첫걸음을 뗀 셈"이라고 경계했다.

반면 민주당은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한 것으로 환영할 만하다"며 "안 원장은 이미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민주당은 향후 안 원장이 통합 정당에 들어오면 범야권의 세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에 도전하는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단히 훌륭한 일이며 이런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야권에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안 원장이 당장 정치무대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행보에 대한 안 원장의 장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조기 등판은 조기 강판의 가능성도 함께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