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대통령, 한미 FTA 새 제안 '승부수'

李대통령, 한미 FTA 새 제안 '승부수'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여야 지도부를 찾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선(先) 발효-후(後) 재협상'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은 것은 여야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여야간 한치의 양보없는 정치 공방 속에 비준안 표류가 장기화돼 내년 1월 한미 FTA 발효가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법안이나 조약의 처리를 요청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협상'에 가까운 논의를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의도 정치'를 멀리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결심을 하고 국회를 찾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국회 지도부 및 여야 대표와 구체적인 문제를 갖고, 이런 형식으로 논의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지를 요구하며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는 민주당에 대해 국회에서 먼저 비준안을 처리한 뒤 ISD 재협상을 국회 차원에서 요청하면 책임지고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한미 양국은 FTA 발효 뒤 이의가 있는 조항에 대해선 90일 내에 재협의할 수 있도록 이미 부속문서를 통해 합의한 상태다. 따라서 비준 후 ISD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재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차이점은 이 대통령이 ISD를 적시해 국회에서 재협상 요구를 하면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한 점이다.

먼저 한미 FTA가 발효돼야 재협상이 가능해지는 만큼 발효 후 ISD 재협상 요구를 미국 정부에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대통령이 직접 야당과 한 대목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제안'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일단 "미흡하다"는 반응을 내놓은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에서 제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반응은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한미 FTA 발효 뒤 여당이 재협상에 합의해주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 합의에 따른 공식적 요청이 있어야만 발효 후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수석은 민주당이 ISD 폐기를 전제로 재협상을 요구해올 경우 "폐기가 정당하냐, 그렇지 않느냐는 국민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면서 "국회가 총의를 모아 건의해오면 미국에 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SD 폐지와 FTA 재협상에 부정적인 이 대통령이 '재협상'이란 단어를 직접 거론하며 새 제안을 하게 된 경위와 시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직전까지도 재협상 제안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1일 이 대통령이 처음 국회 방문을 계획할 때부터 ISD 재협상 제안을 염두에 두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14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기간 이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ISD 재협상'과 관련한 제안을 하겠다는 취지의 귀띔을 했거나,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쳤을 것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정보가 없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 대통령도 여야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정상 사이에 실제로 뭐가 있었다, 없었다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