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시름을 하듯 가을이 농익고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화려함과 풍요로움이 가득했던 가을 정취에서는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쓸쓸함이 묻어난다. 가을을 떠나 보내기 위해 배웅을 나온 겨울 소식에 벌써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진다. 거창 황산마을은 봄 햇살같이 따뜻한 정서를 간직한 한옥마을이다. 고풍스러운 기와집 사이로 정겨운 돌담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구들장에 몸을 지지는 한옥 체험도 가능해 늦가을 여행에 제격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11월, 한국관광공사가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이유다.
◆거창 황산마을
거창 신씨 집성촌이다. 마을회관 앞에 서 있는 건립 헌성기를 보면 주민의 70~80%가 신 씨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정자를 거느린 커다란 느티나무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수령이 600년이라고 하니 마을이 형성될 당시에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 온 느티나무 앞으로는 개천이 흘러간다. 마을은 개천을 사이에 두고 두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개천 왼쪽에 옹기종기 처마를 맞댄 한옥 50여 채가 운치 있게 들어서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건립된 한옥들이 많아 조선 말기 반가의 건축양식을 잘 엿볼 수 있다.
황산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돌담길이다. 황산마을 돌담은 물이 잘 빠지도록 커다란 돌로 아랫부분을 쌓은 뒤 그 위에 황토와 돌을 섞어 토석담을 올린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2006년 등록문화재 제259호로 지정됐다. 좁은 마을 길 따라 이리저리 휘어진 돌담 위에는 고색창연한 기와가 가지런히 얹혀 있다. 기와에 내려앉은 이끼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돌담은 높지 않다. 까치발을 하면 담장 너머로 집과 마당이 훤히 보인다. 고풍스러운 한옥 마당 한쪽에 조성된 작은 텃밭에서는 가을배추가 영글어 가고 장독대에서는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람이 살지 않아 모습을 잃어가는 한옥이 눈에 띄고 지붕과 돌담 기와를 개량하는 작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기와가 사라져 가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고풍스러운 기와 대신 현대식 기와로 모두 바뀔 것 같은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황산마을에서는 한옥 체험이 가능하다. 현재 10여 가구가 민박 손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룻밤 숙박료는 4만~5만원 정도다.
한옥을 둘러본 뒤 개천 오른쪽에 둥지를 튼 마을로 접어들면 색다른 볼거리가 기다린다. 개천 오른쪽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양옥이다. 한옥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마을 담을 벽화로 단장한 뒤부터 사정이 달라져 황산마을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물이 됐다. 마을로 들어서면 거창의 특산물인 사과와 명승지인 수승대의 수려한 경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발길 가는 대로 벽화를 따라 이 골목 저 골목을 걷다 보면 벽에 붙어 있는 나비와 잠자리, 주인 대신 집을 지키고 있는 강아지, 담을 부수고 밖으로 뛰쳐나온 황소, 고구려 고분 벽화에 있는 사신도를 만날 수 있다. 또 마을 담장 위에는 손짓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황산마을은 고즈넉한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수승대
황산마을 맞은편에는 거창 제일의 명소이자 절경을 간직한 수승대가 있다. 수승대는 물놀이 장소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가을 풍경도 멋스럽다. 계곡을 붉게 물들이는 고운 단풍과 솔 숲 산책로, 곳곳에 자리 잡은 유적이 가을 수승대의 운치를 높여준다.
1694년에 건립된 구연서원에 들어서면 세월의 무게가 한껏 느껴진다. 마당에 쌓인 낙엽에서는 갈색 내음 가득한 만추의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구연서원 맞은편에는 수승대의 명물인 거북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옆에서 보면 머리와 등짝이 거북을 닮았다. 바위에는 수많은 시구들이 새겨져 있다.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빼곡하다. 후손들이 자신의 조상을 기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파 놓은 것이라고 한다. 거북바위에서 구연교라는 낮은 돌다리를 건너면 요수정이다. 요수 신권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정자로 수승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수승대에는 가을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다. 특히 원각사로 올라가는 길은 솔 숲이다. 계곡을 향해 길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가을이 찾아왔지만 시리도록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를 벗 삼아 오솔길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타
대구에서 황산마을로 가는 길에 금원산자연휴양림이 있다. 1993년 개장한 금원산자연휴양림에는 숲속의 집을 비롯해 야영장, 캠프파이어장, 등산로, 산책로, 체력단련시설, 숲속교실 등이 있어 가을빛으로 물든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다. 수승대를 지나 1001번 지방도를 타고 덕유산 방면으로 10여 분 달려가면 작은 사찰인 송계사가 나온다.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영취사의 부속 암자로 지어졌지만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1969년에 복원됐다. 현대식 건물이라 깊은 맛은 느껴지지 않지만 사찰이 덕유산국립공원에 위치해 있어 가을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Tip=대구에서 가는길: 88고속도로 고령 방면~거창 IC~24번 국도 거창 방면~로터리에서 거창교육지원청 방면~37번 국도 무주'함양'수승대 방면~37번 국도 무주'위천 방면~37번 지방도 수승대'위천 방면으로 접어든 뒤 5㎞ 정도 가면 황산마을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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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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