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택 시장을 억눌렀던 미분양 아파트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됐다.
부동산 업계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불렸던 수성구 지역 중대형 고가 아파트의 할인 분양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2006년 전후로 대거 분양된 수성구 중대형 아파트는 분양가 할인 등 각종 판촉책에도 매수자가 없어 상당수 단지들이 임대로 전환하거나 소극적인 '깜깜이 분양'을 해왔다.
부동산 업계는 "수성구 지역에 집중된 미분양 중대형 고가 아파트는 지역 주택 시장 침체의 주 원인 중 하나였다"며 "이들 미분양의 움직임이 향후 대구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본격화된 할인 경쟁
수성구 지역 내에서 할인 분양에 나선 중대형 단지는 10여 곳에 이른다. 이 중 시장에서 관심을 끄는 곳들은 대단지거나 할인 폭이 높은 4, 5개 단지들.
현재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상동 동일하이빌. 시공사인 동일토건의 워크 아웃으로 채권금융기관이 자금 회수를 위해 지난달부터 분양가 인하에 들어갔으며 할인 폭은 25~33%에 이른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분양 당시 평당 가격이 1천100만~1천200만원 수준이었지만 할인 가격은 평당 평균 870만원"이라며 "43평과 44평은 4억 전후, 59평형은 5억4천만원으로 당초 분양가격보다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대구 최고층인 황금동 SK리더스 뷰(788가구)도 층별로 6~31%까지 분양가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74평의 경우 할인 금액이 2억2천만원을 넘으며 하루 1, 2건씩 꾸준하게 계약이 이뤄지고 있으며 계약률이 65%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2005년 분양 당시 지역 최고가(평당 1천200만원)를 내세워 화제를 모았던 범어동 두산위브 더 제니스 단지(1천494가구)도 지난달부터 시공사에서 계약 해지분 할인 판매(5~15%)를 시작했다.
2006년 상반기 롯데와 쌍용, 코오롱, 화성파크드림 등 단지 경계를 접한 4개 단지들이 동시 분양에 들어갔던 수성 3가 지역 단지들도 할인 분양 중이다. 할인 폭은 단지별로 20% 전후며 30, 40평형대는 미분양 물량이 거의 소진된 상태며 50평형대 이상 대형 물량이 대부분이다. 이들 단지들은 입주 당시 시공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전세 계약으로 전환했으며 2년 임대 기간이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할인 분양에 들어간 상태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지난해 겨울 이후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중대형 미분양 판매도 활기를 띠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시공사들이 경쟁적인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미분양 전망은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 판매 관건은 향후 가격 전망이다.
분양가 할인을 한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4억~5억을 넘는 만큼 계약자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선뜻 계약을 하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들은 현실적으로 더 이상의 아파트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우선 미분양 아파트 수가 급감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미분양 아파트 할인 가격이 원가 이하란 논리를 펴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5년 전과 비교할 때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20~30%를 넘고 있다"며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라면 수성구에서 평당 1천만원 이하 중대형 아파트는 나올 수 없는 분양 가격"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은 올 들어 꾸준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 지역 미분양 물량은 9월 말 기준으로 9천861가구며 이 중 준공 후 미분양은 6천868가구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8년 2만6천 가구에 비하면 40%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지난해 12월 미분양 물량 1만3천163가구(준공 후 미분양 9천578가구)와 비교해도 3천 가구 이상 감소했다.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중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은 90%를 넘는 6천317가구에 이른다. 이 중 수성구가 2천466가구, 달서구가 1천681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입주 가능 물량이 적은 것도 중대형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시공사들이 2007년 이후 대구 지역에서 아파트 공급을 기피하면서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중대형은 더욱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2000년 이후 대구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5천~2만 가구를 유지해왔지만 올해 입주 물량은 5천여 가구에 불과하며 내년에는 4천여 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또 신규 분양 물량 중 중대형 비율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신규분양 아파트 1만700가구 중 중대형의 비중은 15% 1천300가구며 내년에도 공급 예정 물량 9천 가구 중 중대형은 20% 안팎에 그칠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아파트 수급 상황을 볼 때 대구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바닥 수준"이라며 "중대형 미분양이 감소하면 대구 주택 시장을 억눌렀던 가장 큰 악재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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