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유감주술(類感呪術)

지난해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군 때문에 집값 비싼 수성구에서 평수와 건축 연수가 같지만 평균 거래가보다 1천만~2천만 원 비싼 아파트가 있는데 고교생 자녀를 둔 사람들이 서로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고 나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 집에 살던 고교생이 서울대학교나 다른 명문 대학의 의대에 합격했으면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사법고시 준비생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고시에 합격한 사람이 자주 앉았던 대학 도서관 좌석이나 그 사람이 공부했던 책을 얻으려고 '박 터지는' 경쟁이 벌어지곤 했다.

바로 영국의 인류학자 J. G. 프레이저가 제창한 유감주술(類感呪術, homeopathic magic)의 전형적인 예다. 이는 유사한 것은 유사한 것을 발생시키고 또 결과는 원인과 유사하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주술로 인류의 모든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옛 풍습에 가뭄이 들면 보름날 여인네들이 산에 올라 집단 방뇨를 한 것, 풍년을 빌기 위해 한 해 농사를 시작하면서 마을에서 가장 힘세고 건강한 총각이 벌거벗고 쟁기질을 하도록 한 것 등이 그런 예다. 방뇨를 하는 것은 비를 내리는 것과 유사하고 숫총각이 알몸으로 쟁기를 끄는 것은 다산(多産)을 위한 지모신(地母神)과의 성교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술은 과학 지식이 자리 잡기 전까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한 앎의 방식 중 하나였다. 그러나 과학이 주술을 대체한 현대에서도 주술은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입시날 학교 대문에 찰떡과 엿을 붙인다.

3년 전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거기에는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했으니 우리 살림살이도 좋아지게 해 줄 것이란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한 믿음은 이제 실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그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이명박 정부인가 아니면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을 비슷한 것으로 생각한 유권자의 유감주술인가.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 경영은 이윤 창출을 향해 종업원을 한 줄로 세우면 되지만 국가 경영은 수많은 이해집단의 이익을 조정'안배해야 한다. 3년 전 MB를 선택한 사람들은 이 차이를 몰랐던 것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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