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소진 셰프의 이탈리아 음식열전] 미식여행-(9)피에몬테 주(州) 토리노

버터'치즈로 만든 진득한 리조또, 伊 음식 또 다른 매력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에 위치, 알프스 산맥 자락 아래에 펼쳐진 피에몬테(Piemonte) 주. 어릴 때 읽던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국적인 정취가 돋보이는 곳이다. 산과 구릉, 호수와 평원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빚어내는 아름다운 절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탈리아 최고의 국립공원인 '그란 파라디조'(Gran paradiso)가 위치한 피에몬테의 북부지역은 멋진 자연경관과 함께 레포츠와 온천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특히 다양한 스키 슬로프를 지니고 있어 전 세계 스키마니아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겨울 휴양지다.

피아트(FIAT)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피에몬테 주의 대표 도시인 '토리노'(Torino)는 자동차공업뿐 아니라, 북부 이탈리아의 번영과 산업을 상징하며 오랫동안 경제적인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곳이다. 게다가 2006 토리노 동계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발판으로 새로운 관광도시로 거듭나면서 현재 문화관광산업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리노 시는 외국의 업체들을 초청, 세미나를 주관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시민들 역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피에몬테관광청은 알프스산맥이 주는 대자연과 사보이 왕국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풍스러운 문화유산을 내세워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직접 찾아가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남쪽 구릉 지대에서 생산되는 피에몬테(Piemonte) 주의 와인은 그야말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자랑거리이다. 와인의 왕이라 정의하는 '바롤로'(Barolo), 섬세한 부드러움이 돋보여 와인의 여왕이라 불리는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세련된 달콤한 향이 일품인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 등의 와인은 '명품'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와인시장에 팔려나간다. 이곳의 유명한 와이너리를 방문해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명품 와인의 시음 및 그에 어울리는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미식여행 패키지 상품이 있어 와인 마니아와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피에몬테 주의 전통 음식은 보편적인 이탈리아 식문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버터와 쌀, 생크림은 피에몬테 주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올리브유와 파스타, 토마토를 기본으로 하는 이탈리아 다른 지방의 음식문화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탈리아 최대의 쌀 생산지인 피에몬테 주는 파스타(Pasta)보다 쌀에 버터나 치즈, 크림을 넣어 만든 진득한 리조또(Risotto)나 감자 뇨끼(Gnochi di patata)를 즐긴다. 치즈를 넣어 중탕한 볼에 빵이나 햄을 찍어 먹는 폰두따(Fonduta)와 각종 채소스틱을 앤쵸비와 송로버섯을 곁들인 소스에 적셔 즐기는 반냐 카우다(Bagna cauda)는 피에몬테 주의 전통 음식으로 유명한데, 마치 스위스의 퐁듀(Fondue)와 흡사해 식문화에 있어서 인접 국가의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피에몬테의 음식은 재료부터가 고급스럽다. 쇠고기 덩어리에 바롤로 와인 한 병을 통째로 부어 숙성시켜 오랜 시간 조리하는 브라자또 디 만쪼 알 바롤로(Brasato di manzo al barolo)는 주말의 가족모임이나 명절 때 사랑받는 토속적인 음식이다. 캐비어, 프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알려진 트러플(송로버섯)은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와 움브리아 주에서도 채취하지만, 1년 중 10월부터 3개월간만 캘 수 있는 화이트 트러플은 피에몬테 주의 것을 최고로 친다. 특히 올해로 81주년을 맞이한 화이트 트러플 축제는 매년 한 달간 알바(Alba)에서 열리는데, 일반인들도 송로버섯을 직접 채취하거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인상적이며 이곳의 어느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세계 최고의 트러플 요리를 풀코스로 맛볼 수 있다.

대부분 특별한 양념 없이 간단한 조리법으로 기본에 충실하여 만들어 내는 이탈리아 음식과는 달리 다소 혁신적이고 고급스러움이 이곳 음식의 특징이다. 이탈리아의 단순함에 프랑스가 가진 매력이 가미된 점이 돋보인다. 이는 앞으로 국제적으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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