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 공자 인생 강의/바오펑산 지음 /시공사

안 될 줄 알면서도 세상 바로잡기 위해 '이상' 좇아야

지금 중국에서는 '공자' 다시보기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공자의 삶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고 공자철학 강의가 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되며, 학자들의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개혁개방의 결과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식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이 공자사상에 새롭게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주의사상만으로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어려운 탓일까? 그리하여 중국인의 오랜 정신적 지주였던 공자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중국인들의 가슴에 다시금 사상의 중심을 세우기 위해서일까?

고전문학 전문가이며, 중국 중앙방송 CCTV의 '백가쟁단'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모은 바오펑산의 '공자 인생 강의'를 읽었다. 공자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의 사상을 쉽게 풀이해 공자의 사상이 탄생된 배경과 사상의 정수,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저자 바오펑산은 공자가 중국인들에게 단순한 역사 인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도덕적 삶을 살아가는 신앙의 대상이자 중국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라고 말한다. 중국인들이 신조처럼 생각하는 인'의'예'지'신'충'서 등 핵심 가치들을 완성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공자가 있었기에 중국인들은 문화적으로, 사상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할 수 있었으며, 잔혹한 살육과 배신의 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에 제자백가들이 맹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공자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공자는 2천500년 전 춘추전국시대 하극상과 약육강식의 시대에 태어나 한평생 바른 삶의 길을 고민하다가 죽어서 비로소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그는 17세에 고아가 되어 칠십 평생 떠돌이 생활을 했다.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아 여러 제후국을 돌면서 경연했고, 수많은 제자들을 길렀다.

공자는 사람의 인생이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망망대해를 뗏목을 타고 건너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현실을 굴복하기보다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진정한 사람됨, '인'(仁)을 추구할 때 완성된 인격체로 설 수 있다고 보았다.

당시 사람들은 공자에게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안 될 줄 뻔히 알면서 하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선택하지 말고 세상에 순응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자가 후세에 성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안 될 줄 알면서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이상을 끊임없이 추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자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감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공자는 '불의'에 무조건 동조하는 위선자들, 특히 '호호선생'(매사 남들과 잘 지내기를 바라는 사람을 일컬음) 같은 부류를 미워했다. 그는 모두를 포용하는 '인'을 강조하면서도 당시 사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의'도 중시했다. 공자는 주관, 절대, 고집, 사심 네 가지를 끊었으며, 자신의 삶 속에서도 절대적인 기준이나 잣대를 두지 않게 되면 국가나 천하를 경영할 때도 고정된 기준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다. 유연하고 열린 사고를 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공자가 70세가 되어 도달했다는 '종심소유불유구'는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 가는 대로 행동해도 추구하고 있는 도덕적 기준에 어긋남이 없는 그런 경지를 말한다. 인생을 살면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개개인이 모두 이런 경지에 이르면 사회 전체적으로 강제로 규범을 동원해 통제하지 않아도 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또한 공자는 가난하지만 즐겁게 도를 추구하고, 부유하지만 예를 행하는 경지에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착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옥을 깎고 다듬듯 열심히 수양해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형편없이 낮으며 철학의 부재 상태에 놓여 있는 우리 사회가 공자 사상을 새롭게 주목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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