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화 꽃 따라] 대구수목원을 찾아서

같은 듯 제각기 다른 1만여점 '색의 향연'

국화에는 가을색이 모두 담겨 있다. 붉은 단풍의 빛깔에서 금빛 들녘의 색채, 순백의 고결함 등. 그 밖에도 종류별로 10여 가지의 다채로운 색으로 우리를 손짓한다. 다양한 빛깔 따라 국화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대구수목원(달서구 대곡동)을 찾았다.

대구수목원은 온통 국화꽃 천지다. 주차장 초입부터 흰색, 분홍색, 노란색 등 색깔을 입은 국화가 방문객을 맞는다. 이달 9일 이른 아침부터 국화를 보러 온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국화꽃 사이사이에는 벌들의 몸짓이 한창이다.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를 벗 삼아 중앙광장 분수대엔 만개한 국화가 별천지를 이룬다. 창공을 향해 내뿜는 시원한 분수 물줄기를 배경으로 국화가 단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구수목원이 매년 여는 국화 전시회다. '대구 방문의 해'를 맞아 대구의 상징물인 독수리, 약탕기, 갓바위, 사과마차 등을 형상화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냈다.

지금 이곳은 '꽃 반 사람 반'이다. 이들 형상을 배경으로 나들이객들은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국화가 내뿜는 진한 향기에 취할 정도다. 엄마의 손을 잡은 꼬마들, 유모차를 끈 부부, 연인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꽃향기에 취해 얼굴 가득 기쁨으로 넘쳤다. "아름답다, 예쁘다, 천국에 온 것 같다"고 이구동성이다. 형형색색의 국화가 청명한 하늘, 붉은 단풍과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신선의 세계와 다름없다.

중앙광장에 만개한 국화 내음에서 깨어날 무렵 교육관의 국화가 손짓한다.

'봉황, 이천년, 새벽호, 재보, 록립, 춘심, 동광, 판석, 대호, 신춘광, 만복, 송심, 홍산, 금창운, 안의육가, 하남의성, 갈채, 금봉관, 금추, 홍추, 애국천, 초일, 춘향여심, 도원, 천우각, 가을아가씨, 귀공자, 오광, 사미인국, 국화성, 만흥, 진수….' 이들의 공통점은? 다름 아닌 국화의 이름이다. 대국(大菊'꽃 지름이 18㎝ 이상 국화)을 중심으로 전시해놨는데 거꾸로 키운 접목 국화 등 다양한 국화가 눈길을 끈다.

산림문화전시관 1층에 가면 국화의 또 다른 변신인 분재국화를 감상할 수 있다. 수목원 동호회원들이 출품한 홍옥, 월후사자, 조동, 나비아가씨 등 100여 점의 국화분재가 눈길을 끈다. 수백 년 묵은 고목에 뿌리를 내린 것에서부터 대자연의 풍경을 작은 화분 위에 담아내고 있다.

국화의 세상을 빠져나오니 주변에는 야생화 천지다. 산과 들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 들국화를 비롯해 나비를 닮은 자주색 나비꽃, 붉은색을 띤 볏과의 홍띠, 다람쥐꼬리 모양을 한 다람쥐꼬리, 5개의 꽃잎이 노랗게 물든 미나리아재비, 햇빛에 영롱한 빛을 발하는 용담 등. 이곳에선 야생화들이 이름표를 달고 여느 꽃과는 다른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꽃대가 아홉 마디가 되었을 때 꽃이 핀다는 구절초의 하나인 들국화는 시(詩)로도 많이 불렸다. 이해인의 들국화는 '자꾸만 하늘을 닮고 싶어 스스로 몸부림치는 꽃', 노천명의 들국화는 '외로운 계절을 지키는 빈들의 색시', 천상병의 들국화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누이는 애기 같은 꽃'으로 말이다.

대구수목원은 13일까지 중앙광장 분수대 및 교육관 주변에서 1만여 점의 다양한 국화를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다. 대구수목원 김희천 소장은 "전시회가 끝나도 일주일 정도는 국화를 그대로 둬 시민들이 즐길 수 있다. 올해는 기후가 좋아 예년보다 꽃이 활짝 피었으며 향기 또한 진하다"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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