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처리 시나리오별 관전포인트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강대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민주당이 16일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FTA 발효 3개월내 ISD 재협상' 제안을 거부하면서 '문서합의'를 요구하고, 한나라당이 17일 강력 반발하며 표결처리를 진행키로 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야간 막판 극적타협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 정국경색은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내년 총·대선과 맞물리면서 여야는 극한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준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여야간 막판 극적타협 가능성 ▲외통위 처리냐 본회의 직권상정이냐 ▲박희태 국회의장의 선택 ▲본회의 처리 디데이(D-day) ▲비준안 표결 결과 등이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여야 막판 타협 가능성은 =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ISD 재협상 제안을 거부하고,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여야간 합의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상황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공식라인 이외에도 한나라당 홍정욱, 민주당 김성곤 의원 등 여야 협상파들이 '6인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지만 절충점 모색이 쉽지 않다.
박희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이날 면담에서도 양당 원내대표는 평행선을 달렸고, 6인 협의체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 "더는 양보할 게 없다"며 지도부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어 협상 여지는 더욱 줄어든 형국이다.
다만 일각에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정부가 '문서합의'를 전격 수용할 경우 민주당이 물리적 저지에 나서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외통위 처리냐 본회의 직권상정이냐 = 여권의 비준안 강행처리가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주무 상임위인 외통위를 거칠 것이냐 아니면 본회의로 직행할 것이냐가 관심사다.
직권상정시 떠안게 될 역풍이 부담스러운데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일찌감치 '외통위 표결'을 주문한 상태라 한나라당은 외통위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대표적 협상파인 김세연 의원과 함께 차명진 의원을 외통위에서 빼고 원조 강경파 외통위원인 안상수 이윤성 의원을 다시 배치한 것도 외통위 처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18일 외통위 처리 시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외통위 전체회의실에서 무기한 점거농성을 벌이는 상황인데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물리적 강행처리'에 부정적이어서 본회의 직권상정 가능성이 높다.
한 외통위원은 "외통위 처리보다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선택은 = 직권상정의 '키'를 쥐고 있는 박 의장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야 합의노력이 우선이지 국회의장에게 '공'을 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그간 "외통위에서 직권상정을 했으니 토론해 표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것도 안 할 것이냐"며 '선(先) 외통위 처리'를 주문해 왔다.
하지만 외통위 처리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비준안 처리가 무한정 지연되고 여권의 직권상정 요청이 계속될 경우 박 의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직접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에 ISD 재협상 약속을 한 만큼 박 의장도 어느 정도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박 의장이 이날 민주당의 'ISD 재협상 서면합의'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을 향후에 있을지도 모를 직권상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ISD 재협상 요구를 하고, 그것을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 이제 민주당의 우려는 불식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법상 의무가 돼 있는 것을 무엇 때문에 또 서면으로 받느냐"고 말했다.
◇본회의 처리 디데이는 = 박 의장이 직권상정을 수용할 경우 우선 본회의가 잡혀 있는 오는 24일이 디데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물론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이달 내 처리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어차피 여야 합의처리가 힘들다면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이 혼선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날 열린 의총에서도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세를 얻으면서 신속처리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당내 협상파들이 "야당에 시간을 좀 더 줄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뜸을 들여야 한다"며 비준안 처리 시기를 다소 늦출 것을 요구하고 있어 내달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인사는 비준안을 12월로 넘겨 새해 예산안과 묶어 패키지로 처리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 '원 샷'으로 처리하는 방안이다.
이는 비준안 단독처리시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새해 예산안 합의처리가 난관에 봉착하고, 자칫 두 번 직권상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는 만큼 아예 위험 부담을 한 번으로 줄이자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언제라도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24일 이전에라도 비준안이 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표결처리시 결과는 = 한나라당은 비준안 표결처리시 통과 가능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준안은 재적의원 295명 가운데 절반(148명)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숫자상으로만 보면 한나라당 의원 169명만 있어도 처리는 가능하다.
다만 내부 이탈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자유선진당 등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 원내대표와 남 위원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참여하는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은 지난해 12월16일 성명을 내고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못 지키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단독처리 시에도 표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당내 협상파 상당수가 표결에 불참하는 경우에도 미래희망연대 8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의결정족수는 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의결정족수가 문제가 아니라 야당의 봉쇄선을 뚫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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