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사랑하는 어머니

몸을 뒤척이며 "웬일이야"며 병원 침대에서 사위와 딸을 반겨 주시던 어머니. 세월을 잃어버린 채 그저 자식들만 아주 조금씩 기억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계시는지 알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조금 더 일찍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지 못한 불효를 후회하면서 지극 정성으로 일년 남짓 이틀에 한 번씩 이것저것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준비하여 병원을 드나들었다. 음식 절제를 하지 못해 갑가기 몸이 무거워진 어머니를 간호사에게 다이어트 시킨다고 했더니 그래야 될 것 같다고 하여 모두 한바탕 웃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도 자식들만 보시면 환한 얼굴로 기쁘게 웃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다. 일찍이 5남매를 키우시며 한 많은 인생살이 가슴 쥐어짜며 울분을 삼키셨던 어머니. 홀로 먼 곳에서 잘 계신 줄 만 알았었는데 그토록 마음의 병이 깊어가는 것조차 몰랐던 자식들은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죄송해요 어머니!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큰 아들에게 보내 드렸습니다. 가슴 깊숙이 아들이란 존재를 묻어두시고 그리워하셨던 불쌍한 어머니! 구미에서 강릉까지 멀고 먼 길을 응급차 타고 누워서 갈 수 있어 다행이었지요. 가시는 동안 기분이 좋았는지 설악산 구경했다 하시며 눈을 떴다 감았다 주무시지 못하시더군요. 가을 들녘은 너무나 아름다운데 얼마나 더 우리 곁에 계실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이 세상과 작별을 준비하시는 사랑하는 내 어머니! 지금까지 살아주셔서 행복했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남숙(구미시 신평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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