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가격이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올해 김장 비용은 평년(15만9천원)보다 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춧가루와 새우젓 등 부재료 값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2009년 대비 2배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 대형할인점 조사에 따르면 김장을 하려는 가정도 배추값이 비싼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황금배추'라는 표현이 나돌던 지난해 12월 초 경북의 한 지역에선 배추 수확이 한창이었다. 990㎡(300평) 크기의 이 밭은 산지유통인 K씨가 농가에게 330만원을 주고 밭떼기로 구입했다. 이날 K씨가 수확한 배추는 모두 2천400포기(800망)로, 1포기당 1천375원에 사들인 셈이다. 이 배추는 그날 밤 서울 가락시장으로 올라가 경매에 부친 결과 구입 가격보다 2배 이상 높은 1포기당 3천66.7원(1망당 9천200원)에 낙찰됐다. 이는 K씨가 엄청난 이익을 남긴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K씨가 배추를 수확해 가락시장 경매에 나서기까지 들인 비용을 따져 보면 조금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K씨는 우선 수확작업을 할 때 인부들에게 작업비로 1포기당 187.5원(총 45만원)을 들였다. 여기에 한 개당 130원 하는 그물망도 800개나 샀으며, 서울까지 트럭 운송비로 1포기당 216.7원(총 52만원)을 지불했다. 운송 도중 통행료와 통신비 등으로 배추 1포기당 63.6원이 들어갔다. 가락시장에서도 상장수수료(7%)로 1포기당 214.7원을 납부했다. 따라서 K씨가 각종 경비와 수수료를 제하고 얻은 이윤은 1포기당 965.9원인 셈이다.
K씨의 배추를 낙찰받은 중도매인 O씨는 1포기당 8.3원의 청소비와 감모 손실(포기당 61.3원)을 비롯해 점포 유지비'인건비'제세공과금 등 간접비 131.1원, 이윤 232.6원을 붙여 1포기에 3천500원을 받고 소매상 P씨에게 넘겼다. 소매상 P씨는 다시 운송비(133.3원)와 감모비용(70원), 점포 유지관리비'인건비'제세공과금'감가상각비 등 간접비(578원)를 비롯해 이윤 385.4원을 붙여 소비자에게 4천666.7원에 판매했다. 이렇게 산지에서 1천375원이던 배추가 4천667.7원으로 부푼 것이다.
배추뿐 아니다. 거의 모든 농산물이 이처럼 산지에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치며 유통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지난해 농산물 부류별 유통비용 비율은 ▷식량작물 26.8% ▷엽근채류 68.7% ▷과채류 41.4% ▷양념채소류 49.1% ▷과일류 50.8% ▷축산물 44.3%로 조사됐다.
정부가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유통비용이 10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더욱 문제다.
가을 배추의 경우 최종 소비자 값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66.7%였으나 2010년엔 70.5%로 오히려 늘었다. 당근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유통비용이 70.4% → 71.9%로 증가했으며, 오이'양파 등 상당수 농산물의 유통비용도 불어났다.
농산물은 수급 특성상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특성이 있다. 금방 생산이 가능한 공산품과는 달리 생산기간이 길고 계절을 타므로 공급이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다. 농산물은 또 생필품이 많아서 수요 역시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다. 가격 비탄력성 때문에 농산물은 작은 공급량 변동에도 가격이 크게 요동치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거미집 이론으로 설명한다. 어떤 해 농산물 가격이 낮으면 다음해 생산 감소를 가져와 다시 가격 앙등을 가져오는 식의 파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는 농산물 시장의 이런 특성을 잘 알고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 뒤에야 비로소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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