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화장품 업계 '얼굴 없는 거물'…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국내 첫 ODM 업체, 개발력 갖추고 생산 출하까지 토털서비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에 가면 중소기업 발전에 공헌한 기업인들의 얼굴을 새긴 동판이 벽면 한쪽을 채우고 있다. '중소기업을 빛낸 얼굴들'이다. 한국콜마㈜를 이끌고 있는 윤동한(64) 회장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1990년 설립된 한국콜마는 한국 화장품업계의 '거물'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기업이다. 매출액이 3천억원을 넘지만 '얼굴' 없이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콜마가 국내 첫 사례로 꼽히는 ODM은 개발력을 갖춘 제조기업이 판매망을 갖춘 기업에 기획'생산'관리'출하에 이르는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다르다.

"물론 저희도 자체 브랜드에 대한 욕심은 있지요. 하지만 기업은 영속성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잘하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덕분에 우리 회사는 20년 동안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화장품에서 거둔 명성을 토대로 제약산업에도 진출한 한국콜마의 기술력은 정평이 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증한 국내 첫 우수 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적합기업이기도 하다. 지금도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세계 유명 회사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물론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죠. 저희의 경우 연간 매출액의 6%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고 있고, 직원 600명 가운데 20%가 연구원입니다. 산하에는 피부과학'생명과학'발효한방연구소 등을 두고 있습니다."

윤 회장은 인재 육성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하늘은 일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 1996년 코스닥시장 등록, 2002년 증권거래소 상장도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였다.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그래서 직원에게 들어가는 돈은 단순한 인건비가 아니라 투자라고 봅니다. 사업 초기, 전기요금을 못 내 단전될 뻔한 일도 많았지만 월급을 미뤄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경영자의 역할은 각자의 쓰임새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성취욕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 회장은 이와 관련, '퇴직 면담'이란 특이한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퇴직 예정자로부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고, 인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평소에는 못 하던 말을 떠날 때에는 진솔하게 해줍니다. 물론 회사 발전을 위한 고언들이죠. 물론 저도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줍니다."

윤 회장은 기업인이 되기 전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 착실히 창업을 준비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농협중앙회에 입사, 5년간 금융을 배웠고 대형 제약회사로 옮긴 뒤에는 기획'생산'영업을 두루 거치면서 부사장까지 올랐다. "원래 제 꿈은 강단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사이셨던 선친이 고교 3년 때 작고하시면서 공부를 계속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었죠.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를 해 언론인이 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만 너무 박봉이더군요. 5남매의 맏이로서 가계를 책임져야 했던 제가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기업가인 만큼 한'미 FTA를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했다. 실제 한국콜마 매출의 25%는 FTA로 피해가 우려되는 제약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서 걱정이 많지만 저는 FTA를 통해 국내 다른 산업이 발전하면 제약 분야도 함께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기업인들이 제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경제력과 함께 인품'학식을 갖춘 기업인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거든요."

18대 국회를 앞두고 모 정당에서 비례대표 공천 약속까지 받았지만 중소기업 외길을 선택했다는 그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계성중'계성고'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수원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대통령 표창, 2000년 신지식인 선정, 2005년 과학기술유공자 훈장에 이어 2008년과 2009년에는 '한국의 100대 CEO' '올해의 CEO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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