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獨통일 주역들이 韓대학생들에 전한 통일감동

獨통일 주역들이 韓대학생들에 전한 통일감동

"통일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세요!" "통일의 감동을 여러분도 빨리 경험하기를 기원합니다."

통일독일 직전 옛 동독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총리와 요르크 쉔봄 전 베를린 및 브란덴부르크주 내무장관 등 1989년 통독의 주역들이 한국 대학생들과 마주앉아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18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음악관에서 열린 '비전대강연'에서다. 이들은 17일 열린 '한독통일자문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메지에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통일 전 동독 내에 존재했던 복잡한 정치적 견해들이 원탁회의를 통해 조율된 과정, 선거가 동독의 정치적 전환과정에서 담당했던 기능, 동서독의 경제·화폐·사회통합의 지난했던 과정을 조망하며 통일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대학생들에게 역설했다.

그는 특히 "베를린의 치욕적인 장벽은 서독이 아닌 동독에서 밀어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메지에르 전 총리는 "(동서독 통일) 조약에 서명한 뒤 만년필을 기념품으로 가져오려고 했다. 그런데 출구 쪽에서 보니 서류 결재판 옆에 있던 모든 만년필이 이미 사라진 것을 봤다"며 "그런 통일의 감동을 여러분도 빨리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요르크 쉔봄 전 내무장관은 통일과정에서 동독의 군대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는가를 주로 설명했다.

그는 통일 과정에서 동독의 군대는 주변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한 우려,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는 동독 군인들의 입장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다수는 계속해서 군대에서 복무할 수 없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통일에 기여하기를 원했다. 통일을 군대에서도 실현해야 한다는 의지가 커졌고 점점 확실해졌다"며 "한국도 동독 군대의 처리문제는 준거사례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 사회로 진행된 강연회에서는 서울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이들은 통일비용,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연방제가 기여한 역할, 통일이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들, 북핵 6자회담이 갖는 함의 등을 물으며 독일통일 과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화여대에서 외교정치학을 전공한다는 한 여학생은 '2+4조약'(독일의 완전한 주권회복을 위해 4대 전승국과 동서독이 체결한 조약)과 '북핵 6자회담'의 유사점을 설명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메지에르 전 총리는 이에 "열강과 당사국의 힘의 결합으로 안정성을 창출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2+4조약'에서 동서독이 자결권을 강조했던 점을 여러분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특히 "한국인들도 통일비용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독일인들도 20여 년 전 많이 걱정했지만 지금은 모두 통일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담을 위해 자리를 함께한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독일과 달리 한국은 전쟁에서 진 나라가 아니다. 분단될 이유가 없는 국가로 통일은 민족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며 "통일비용을 걱정하지만 지금 당장의 분단비용을 생각하면 통일이 가져올 이익은 그런 비용을 감당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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