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름값 올라…저소득층 월동준비 '비상'

전기장판·연탄보일러 교체

고유가로 기름보일러를 때는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힘겹다. 대구 서구 원대동의 한 쪽방촌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담요를 덮어쓴 채 추위를 피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고유가로 기름보일러를 때는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힘겹다. 대구 서구 원대동의 한 쪽방촌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담요를 덮어쓴 채 추위를 피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6일 오후 대구 서구 원대동의 한 쪽방촌. 기초생활수급자 박모(58) 씨는 나무로 된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청테이프로 막았지만 방안은 썰렁했다. "날씨가 쌀쌀해졌네요. 전기장판 온도를 올려야겠어요." 박씨는 담요와 이불로 몸을 감싸며 잔뜩 웅크렸다. 그는 중학생 딸과 방 두 칸짜리 쪽방촌에서 월세 16만원을 주고 산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박 씨는 올겨울 딸 아이 방에만 기름 보일러를 돌릴 생각이다. "방 하나 데우는 데 매달 등유 한 드럼(200ℓ)이 들어요. 기름값이 올라서 한 드럼에 26만원은 줘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 저소득층의 겨울나기가 힘겹다. 이 때문에 지역 복지관들은 기름 대신 전기장판 지원을 대폭 늘리고, 연료비 부담을 느낀 빈곤층은 연탄 보일러로 교체하고 있지만 급등한 기름값은 겨울을 나야 하는 서민들을 옥죄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ℓ당 1천83.19원이던 대구지역 보일러 등유값은 올해 같은 기간 1천352.33원으로 19.8%가량 뛰어올랐다.

기름값 부담이 커지자 매년 저소득층에 등유를 지원하던 복지관들도 올해는 지원방식을 바꿨다. 대구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해 연탄과 등유, 내의를 겨울나기 용품으로 지원했지만 올해는 전기장판 200개를 저소득층 가구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곳 오세민 지역보호 팀장은 "최근 기름값이 많이 올라 지난해처럼 등유를 전달하려니 부담이 크다. 서구에는 기름 보일러가 설치된 노후 주택에 어려운 이웃들이 많아 연료비가 없으면 냉방에서 겨울을 날 수밖에 없어 전기장판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기름값 부담 때문에 아예 기름 보일러를 연탄 보일러로 바꾸는 이들도 줄을 잇고 있다. 대구 남산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해 한국에너지재단의 도움을 받아 중구 지역 노후 주택 4곳을 선정해 기름 보일러를 연탄으로 교체했다.

이는 정부나 기업 지원이 등유보다 연탄에 치우쳐 있어서다. 연탄 보일러 사용 가구는 올해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연탄쿠폰'을 16만9천원어치를 받을 수 있다. 남산종합사회복지관 정윤웅 사회복지사는 "저소득층 가정에는 한 달 20만원 넘게 나가는 기름값도 큰 부담이라 연탄 보일러로 바꾸고 있다"며 "하지만 이마저도 세들어 사는 사람이 많아 보일러 교체 작업을 주인 허락 없이는 할 수 없어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전체 기초생활수급자 중 연탄 사용 가구의 비율은 4.4%에 불과하지만 빈곤층 에너지 대책은 연탄에만 집중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1년 대구 기초생활수급자 가구는 총 5만6천265가구로 이 중 지경부의 연탄쿠폰을 받는 가구는 2천481곳에 불과하다. 연탄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연탄쿠폰 대신 다양한 에너지 복지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

대구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 허은진 사회복지사는 "빈곤층이라고 해서 연탄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데 정부와 기업체 후원이 연탄에만 집중되니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 저소득층 세대가 소외된다"며 "'등유 쿠폰'처럼 이런 가정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