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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교민과의 우정 '대구의 밤'…민통대구청년協 자매결연

이달 7일 러시아 사할린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 한인문화센터 강당에서 한인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이달 7일 러시아 사할린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 한인문화센터 강당에서 한인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대구의 밤'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한인들은 모두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창환기자

이달 7일 오후 러시아 사할린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 한인문화센터 강당. 사할린 한인회 박해룡 회장을 비롯한 한인 2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 회원들의 사할린 방문에 맞춰 사할린 한인회에서 '대구의 밤' 행사를 마련한 것. 한인 여성들로 구성된 무궁화합창단이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인 '오나라'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고, 이어 에트노스 예술학교 학생들의 멋진 춤 공연이 펼쳐졌다. 경북 의성이 고향이라는 정채룡(81) 할머니는 '밀양 아리랑'을 멋들어지게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사할린 동포들의 삶은 안타까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간 한인 4만여 명은 해방 후 돌아오지 못했다. 해방 소식을 듣고 사할린 곳곳에서 항구도시 코르샤코프로 몰렸다. 귀국선을 타기 위해서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 기다리던 배는 오지 않았다. 동포들은 이곳 언덕에서 하염없이 배를 기다리다 얼어 죽고, 굶어 죽고, 미쳐 죽어갔다. 사할린 동포들은 이곳을 망향의 언덕이라 부른다. 바다 옆 언덕 위에는 10m 높이의 '사할린희생동포위령조각탑'이 서 있다. 1988년 러시아와 수교 이후 정부는 사할린 1세대들을 영구 귀국시키는 등 그제야 국가의 역할을 했다.

개척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할린 동포들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세계한민족여성재단(KoWinner)이 6월 선정한 '세계의 한인 여성 사업가 25명'에 사할린 한인 여성이 3명이나 선정된 것. 주인공은 사할린 가가린 호텔을 경영하는 권행자(63) 사장, 그리고 남편과 함께 러시아 첫 한인 사립종합대학을 설립한 정순덕(61) 부총장, 사할린에서 레스토랑 사업으로 성공한 최정순(64) 사장이다.

권 사장은 유즈노사할린스크시의 깜사몰스까야에서 80개 룸이 있는 가가린 호텔을 경영한다. 호텔 직원만 100여 명.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직원도 15명이 있다. 어느 날 러시아 직원들이 키르기스스탄 직원들을 심하게 구박하는 것을 본 권 사장은 젊은 시절 한인으로 당한 설움을 떠올리며 직원들에게 "그리운 가족을 두고 여기까지 돈을 벌려고 왔는데 얼마나 힘들겠느냐. 조금만 더 이해하고 위로해 주면 그들은 은혜로 생각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후 가가린 호텔에서는 이방인 차별이 없어졌다.

정 부총장은 남편 강영복(65) 총장과 함께 1991년 사할린경제법률정보대학교를 세웠다. 러시아 최초의 사립종합대학일 뿐만 아니라 한인이 세운 첫 사립대였다. 하지만 외국인이 세운 대학에 대한 질투와 모함도 적지 않았다. 매년 정부 평가를 받을 때마다 투서가 평가기관에 날아들었고, 정보기관(KGB) 내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러시아 교육국이 실시한 평점기준을 다섯 차례나 통과했고, 현재 통신강좌를 비롯해 21개의 전문학과를 갖춘 사할린 대표 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최 사장은 2001년 유즈노사할린스크에 레스토랑 '랑데부'를 개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식, 서양식, 일식 등이 제공되는 랑데부의 전통 한국 음식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 한인 2세인 정 발레리(57), 오진하(59) 씨는 사할린주 두마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발레리 의원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대구에서 1주일간 머물기도 했다. 한인회 박해룡 회장은 "소수 민족 중에서 한인들이 가장 사회 활동을 열심히 하며 삶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는 1996, 1997년 사할린을 방문해 한인들과 자매결연을 하였고 이후 2008년부터 매년 사할린을 방문해 한인들과 친분을 쌓고 있다. 이를 계기로 2년 전 코르샤코프 예술학교 학생들이 대구를 방문해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교류 사업을 하고 있다.

하태균 협의회장은 "많은 단체들이 반짝 행사에 그치고 있지만 대구는 수년간 사할린 한인들과 교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진정성을 갖고 사할린 동포들을 찾고 이들과 교류하면서 서로 간 이해의 폭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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