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通]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계명대 임헌우 교수

"내 롤모델 스티브 잡스·백남준·정약용의 공통점은 자기혁신"

임헌우 교수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임헌우 교수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게 한 'Faber-Castell'의 캘린더에 대해 설명했다.
인터뷰 도중 보여준 임헌우 교수의 웃음은 그의 긍정적, 창의적 사고를 반영하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보여준 임헌우 교수의 웃음은 그의 긍정적, 창의적 사고를 반영하고 있었다.
임헌우 교수의 상상력과 열정이 담긴 작품들. 저서와 캘린더 작품, 마징가 캐릭터,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엽서 등.
임헌우 교수의 상상력과 열정이 담긴 작품들. 저서와 캘린더 작품, 마징가 캐릭터,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엽서 등.

'가수 유희열? 아니면 축구선수 안정환? 혹은 가수 김C(김대원)'.

연예인 아니면 축구스타를 닮은 얼굴이다.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외모에서 풍겨 나온다. 헤어스타일은 가수 신성우풍 테리우스다. 직접 만나보니 생각은 더 평범치 않았다. 영어단어 'extraordinary'(비상한)가 절로 떠올랐다. 소통방식은 완전평면, 수평통행이었다. 교수의 권위는 털끝만큼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제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개방된 구조 속의 편의성 위주였다. 인터뷰 중 제자의 전화가 오자, '어! 나 인터뷰 때문에 조금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애. 끝나면 전화할게.' 친구와의 통화를 연상케 했다.

주인공에 대한 소개가 늦었다. 이번 주는 계명대 시각디자인학과 임헌우(44) 교수다.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나 서울산업대 응용회화과(학사), 산업디자인학과(석사), 중앙대 대학원 시각디자인학과(박사)를 졸업하고 10여 년의 광고회사 실무를 거쳐, 2005년부터 계명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순수 국내파다.

계명대 교수로 온 이후 활약상은 더욱 주목할만 하다. 연필 하나를 주제로 만든 달력이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세계 3대 디자인상), '그래픽 디자인 USA'(미국 유명 디자인상) 본상을 동시에 안겨줬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포스터도 3년째 맡아서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문화시민운동협의회가 펴낸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책자도 총괄 디자인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7년에 펴낸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는 책은 교보문고 64주 이상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로 선정돼 5만 부 이상 팔렸다.

기본적인 인간탐구는 이쯤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임헌우'라는 인간의 매력을 탐구해보자.

◆'연필' 하나로 만든 예술작품 캘린더

올해로 250년이나 된 독일의 명품 연필회사 '파버 카스텔'(Faber-Castell)에 계명대 임헌우 교수는 보석처럼 소중한 존재다. 'Faber-Castell' 한국지사가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의 저자인 임 교수에게 캘린더를 의뢰했는데, VVIP용 대박 캘린더가 2년 연속 탄생한 것이다. 작품 제목은 '연필에 대한 경의, 혹은 희망'.

누가 봐도 놀라울 정도의 상상력이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센스와 관찰력의 깊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는 몽당연필 한 자루와 영어속담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펜은 칼보다 강하다)로 캘린더 제작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화가 고흐와 대문호 괴테가 쓰기도 했던 'Faber-Castell' 연필을 캘린더에 부조처럼 부착해 달력을 넘기더라도 연필은 보이도로 했다. 그리고 총기류, 탱크류, 미사일류,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광선검 등 각종 무기들과 대비시켜 펜이 더 강함을 매월 다르게 보여줬다. 그리고 1761년부터 시작된 'Faber-Castell'사의 역사를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이석삼조는 된다. 고객만족뿐 아니라 제작사 만족, 본인 만족 그리고 평생의 수상까지 안겨줬다.

임 교수는 "일상 속 발견이 모두 아이디어가 된다"며 "연필에 대한 평소 생각들이 창작의 순간에 '아하!' 하고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런 예도 들어줬다. 대박 책인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에도 조그만 라이터인 '마징가' 캐릭터 인형을 언어유희를 통해 '맏인가'(첫째인가)라고 바꿔서 맏아들처럼 책임감 있는 책 안내 길라잡이 캐릭터로 활용한 것. 이 '맏인가'는 책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안내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책 속에서 살아있는 캐릭터로 재탄생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백남준'정약용을 닮고 싶다

롤(role) 모델에 대해 묻자, 그는 세 사람을 들었다. 스티브 잡스와 백남준, 그리고 정약용.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기 혁신과 창의적인 생각들이었다. 임 교수는 "에지(edge) 있는 생각들을 창작으로 뽑아내려면,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며 "함께 소통하면서 그 속에서 고객이나 작품을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말했다.

창작할 때 음악은 그의 동반자였다. 최근엔 영국의 모던록을 즐겨듣고 있다. 연구실에도 음반 CD가 400여 장, 집에는 2천500장이나 된다고 했다. 아예 벽장 하나가 통째로 음반이란다. 집으로 초대된 손님은 미대 교수가 아닌 음대 교수로 착각할 정도다.

"음악은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 줍니다. 항상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즐겁게 창조해야 보는 이들도 즐겁습니다. 2만달러 시대에서 3만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넘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대구도 처음엔 폐쇄적이라 생각했지만 이젠 융화가 많이 됐고, 무한한 가능성도 봅니다."

임 교수는 충청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회사를 다녔지만 대구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대구 사람이 다 됐다. 그는 "대구 사람들의 단순한 화법 속에는 깊이와 내공이 있다"며 "타 지역보다 다른 정서는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상력에 엔진을 장착한 그는 외부활동도 많이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풀무원, 벤츠 등 국내외 기업의 광고 및 홍보물을 제작했었을 뿐 아니라 삼성생명, 신세계, 롯데건설, 서울시, 충청북도 등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상상력에 관한 특강도 열심히 하고 있다. 2008, 2009년 2년 동안 대구시각디자이너협회(DVDA) 부회장도 맡았다.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의 나비효과

나남출판사에서 2007년 출간한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는 책은 임헌우 교수에게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가져다줬다.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이 된 것이다. 시대의 트렌드에도 딱 맞고, 상상력을 살짝살짝 터치하는 이 책은 교보문고 64주 이상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 2년 연속 스테디셀러, '죽기 전 읽어야 할 책 100선' '대학생이 꼭 읽어야 할 도서 100선' 등에 선정됐다.

저자 임헌우에 대한 관심도 폭증했다. 계명대 시각디자인학과의 이미지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 책을 보고 'Faber-Castell' 한국지사에서 작품을 의뢰했는데, 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Faber-Castell' 은 올해 250주년 전시회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었는데, 그 전시회를 임 교수가 주관했다.

TV 출연뿐 아니라 외부 특강'기고도 이 책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2009년엔 세계 델픽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게 됐으며, 여러 대기업의 심사 및 자문위원으로도 위촉됐다.

탄력은 이미 받았다. 지난해에는 인문학 콘서트 책에 이어령, 김정운 등 유명인들과 함께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내년 초에는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2'를 출간할 예정이다.

임 교수의 특이한 점도 발견했다. 그는 BMW족(Bus Metro Walking, 버스'지하철'도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나를 세라토닌하라'를 믿고 있었다. 걸으면서 신경전달 호르몬인 세라토닌이 적절하게 분비돼 창의적 사고를 돕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 30분 이상은 꼭 걸으려 노력한다. 약간의 강박관념도 있었다. "책을 많이 읽는데 잘 모르는 분야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꼭 알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부족한 걸 아는 것인데 그게 참 싫습니다. 요즘은 심리학 쪽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나이 들면 호기심이 없어진다는데 저는 더 많아집니다."

'디자인학과 교수이자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이라고 대뜸 묻자,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려 그래도 화가 아니면 시인이 됐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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