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재성의 미국책읽기] 의회와 대화 안 될때 쓰는 고육지책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사무엘 커넬 저, 2006(4판), CQ 출판사

Going Public: New Strategies of Presidential Leadership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를 만나서 한'미 FTA의 조속한 국회비준 협조를 요청했다. 국회연설 등이 아닌, 정책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이 같은 국회 방문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 대통령이 국회와 더불어 중요 국정사항을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행위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라니 기가 막힌 일이다. 그만큼 우리의 정치사가 온갖 우여곡절과 비정상, 비상식, 권위와 강압, 저항과 투쟁, 편법과 꼼수 등에 의해 파행되어 왔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의회는 국정운영의 두 주체다. 어느 일방의 독주가 허락되지 않는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헌법은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소위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외국과의 조약 체결권은 대통령이 갖지만 그렇게 체결된 조약에 대한 비준권, 그러니까 최종 승인권은 의회가 갖는다. 대통령은 집행할 예산에 대한 자기 생각(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그것를 승인한다. 정부에 의해 제출된 법률안은 국회 의결을 거쳐 법이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 법을 집행하는 대통령의 승인, 말하자면 거부권 행사의 포기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권한을 공유하고 있는 대통령과 의회 사이의 협상과 타협을 전제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국정 운영에 대한 철학과 비전, 그를 위한 정책 수단이 상이한 정당에 의해 장악된 분점정부, 말하자면 여소야대 정부에서는 쉽게 교착(deadlock)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사무엘 커넬 교수의 저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에 따르면, 의회와 대통령이 갈등하고 대립할 때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 의회 협상이고, 다른 하나는 대 국민 직접 설득이다. 전자가 정공법이라면, 후자는 우회 전략이다. 전자가 전통적인 방법이라면, 후자는 최근의 흐름이다. 미국의 대통령들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그들의 지지를 획득함으로써, 그를 무기로, 의회를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의회와 직접 대화하고 협상하는 일은 어렵다.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번 대통령의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할 일이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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