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정원, 세계 무대에 선보인다
전쟁의 폐허 속에 원시림으로 소생한 비무장지대(DMZ)를 정원으로 승화시킨 작품이 영국 첼시플라워쇼((RHS Chelsea Flower Show 2012)에 출품된다.
영국 왕립원예협회(RHS. Royal Horticultural Society)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황지해(35·여·정원디자이너)씨의 '고요한 시간(Quiet Time): DMZ 금지된 화원(Forbidden Garden)'이 내년 5월22~26일 런던에서 열리는 첼시플라워쇼 쇼 가든 부문 전시작품으로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첼시플라워쇼는 1827년 시작돼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180여년 동안 이어져 온 최고의 권위의 정원·원예 박람회다.
쇼 가든 부문에는 작품별로 220㎡ 크기의 대형 정원 10여개가 선보인다.
한국인이 행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쇼 가든 부문에 작품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원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로 통하는 첼시플라워쇼에는 세계 각국에서 원예 관련 기업들이 총출동하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해 각국의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한다.
BBC가 행사 기간에 매일 2회씩 11시간 동안 생중계하고 업체들은 1년 매출의 30%가량을 5일간의 행사 기간에 올린다.
황 작가는 "2013년이면 DMZ가 설치된 지 만 60년이 된다"면서 "DMZ는 전쟁의 아픔을 감싸 안고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곳으로 자연의 위대함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사회와 단절된 그곳을 정원예술로 표현함으로써 참전용사들의 아픔을 위로할 생각"이라면서 "자연의 미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우리의 역사와 시대정신을 담겠다"고 밝혔다.
도토리 나무, 천리향, 미스김라일락, 박주가리, 민들레, 쑥 등 한국 야생식물이 로 꾸며지는 DMZ 정원 '고요한 시간'에는 한국전에 참가했던 영국군 노병 4명의 이름이 함께 새겨진다.
DMZ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경계초소, 한국군과 영국군의 군번 줄로 만든 기념 의자, 군복 단추로 된 길, 노병들이 소장하고 있는 낡은 사진과 소장품도 등장한다.
땅에 묻히 대인지뢰 등을 질경이와 만삼으로 덮고 녹슨 기차와 총대, 철모 등은 그 안에서 피어난 야생화의 화분으로 표현된다.
철책이 갈라 놓은 남과 북을 흐르는 강줄기에 통일의 염원도 담긴다.
황 작가는 이미 여러 차례 영국을 드나들며 참전 노병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 자료 등을 수집하고 있으며 DMZ에 서식하고 식재를 확보해 런던으로 공수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한국전참전용사회는 주최 측에 서한을 보내 "포클랜드전과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전사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1천78명의 영국 젊은이들이 한국전 때 목숨을 잃었다"면서 "DMZ 정원을 통해 젊은이들의 희생정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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