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덧니와 섹시미

1980년대에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시절, 지하철에서 남녀커플을 보면 내 눈에는 여자보다 남자들이 훨씬 잘 생겨보였다. 이런 말을 하면 일본 여자들이 언짢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내 기억 속의 일본 여자들은 키가 작고 통통하며 치열이 굉장히 나빴던 것 같다. 그런 연유로 기왕 일본에서 공부하는 거 부정교합이 많은 나라인 만큼 교정 분야를 공부하고 가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지금의 교정과 의사로 있게 했다. 그때는 덧니가 소녀처럼 청순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당시 일본여성잡지를 보면 덧니로 입안이 울퉁불퉁한 여성들이 자신 있게 웃으며 찍은 사진들이 많이 있었다.

최근에 다시 일본에는 덧니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덧니를 교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러 40만~5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덧니를 만들고 있다. 이유를 들어보니 소녀들이 자신의 성적인 매력, 즉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란다.

아직까지 다행스럽게도 나는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 덧니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아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막상 그런 경우가 생기면 '해줘야 하나?'하는 괜한 걱정을 해본다. 교정치료는 심미적인 목적만이 아니라 칫솔질이 잘 되게 해 구강건강이 향상되며, 씹는 기능을 높여 영양섭취가 좋아지고, 더구나 예뻐지는, 즉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덧니 성형은 본인이 원하는 섹시미는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정작 치아기능과 구강청결에는 불리한 시술이 틀림없기 때문에 선뜻 치료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일렬로 가지런하게 정렬된 치아를 가진 사람은 뭔가 단정해보이고 정돈된 이미지로 비쳐서 면접시험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이제는 남학생들도 교정치료를 많이 하고 있는 추세이다. 일부 외신들은 일본 덧니 성형 열풍에 대하여 "마치 뱀파이어의 송곳니 같다"는 묘사를 하며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예술가 빈센트 데바두는 "대칭성이 아닌 완벽한 불완전함이 사람을 매력 있게 만든다"며 일본 덧니 성형 열풍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를 보면서 미에 대한 다양한 사람 취향이 정상교합의 기준까지 변질시키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아무튼 취향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만 취향 이전에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치아는 만 6세부터 영구치가 생겨서 10대에 영구치열이 완성되면 죽을 때까지 그 치아로 음식 먹는 기능을 하며 살아가야 하므로 입안의 보석으로 간직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덧니로 섹시해졌다고 좋아하는 소녀 사진을 보면서 아무리 섹시하게 봐 주려고 노력해도 내 눈에는 덧니는 부정교합환자로만 보일 뿐 빨리 교정치료를 해주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지는 것은 직업병에서 비롯되는 생각일까?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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