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모(36'여) 사회복지사는 차가워진 날씨가 두렵기만 하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받았던 겨울철 난방비 지원금 90만원을 올해는 받을 수 없게 돼서다. 정부 지원금이 전혀 없는 이 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모금회가 지원한 난방비 90만원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기름값이 오른데다 난방비 지원까지 끊겨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이 사회복지사는 "내년에 들어올 애들까지 포함해 총 32명이 이곳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는데 모금회에서 갑자기 난방비 지원을 중단해 무척 당황스럽다"며 "당장 다른 단체에 후원을 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해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연을 해 난방비를 마련할 생각도 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모금 실적이 줄어들자 매년 지역아동센터에 지원하던 겨울철 난방비 지원금을 일방적으로 끊어 아이들이 차가운 겨울을 맞이할 위기에 처했다. 아동센터 대부분이 재정 기반이 열악한데다 당장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처지라 모금회의 모금 실적 저하로 저소득층 아이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된 것.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8개 구'군에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총 162개. 이 중 111개만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는 '지원 시설'이라 나머지 51개소는 운영이나 겨울철 난방비를 사회복지단체나 모금회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모금회가 갑작스레 지역아동센터 난방비 지원을 중단한 이유는 모금 실적이 줄어들었기 때문. 이에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은 "아무리 모금 실적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 대부분인 아동센터에 사전 통보 없이 지원금을 끊는 것은 너무하다"고 불평했다.
대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은 매년 이맘때 모금회에서 보내오던 난방비 신청 공문이 없자 지난주 모금회에 직접 전화를 걸었고 그제야 "올해 난방비 지원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122㎡(37평 남짓) 규모의 아동센터에서 아동 30명을 돌보고 있는 이곳은 겨울에 아무리 아껴도 매달 난방비 30만원은 족히 나간다. 아동센터 관계자는 "바닥에 두꺼운 매트를 깔고 석유 난로를 사용한다고 해도 기름 보일러를 안 돌리면 아이들이 추워서 견딜 수 없다"며 "모금회가 난방비 지원 중단을 조금만 더 일찍 알려줬어도 다른 대책을 마련했을 텐데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지었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모금액이 많이 줄어들어 성금 배분을 하는 과정에서 아동센터 난방비 지원처럼 일부 사업을 못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중앙 모금회의 공금 횡령 문제가 터진 뒤 모금액이 평년보다 20억원가량 줄어 각종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 난방비 지원은 모금회에서 '기획 사업'으로 주제를 정해 성금을 배분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모금 실적이 저조해 올해는 사업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난방비 지원 사업을 중단하게 돼서 우리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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