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0일 수능시험이 치러진 뒤에도 고3 수험생들은 바쁘다. 수시 논술시험을 치르랴, 정시 대비 전략을 세우랴 쉴 틈이 없다. 지원 학과별 수능성적 반영비율 같은 세세한 차이까지 고려할 때 3천 가지가 넘는 대입전형이 있다고 할 정도니 단편적인 정보만 갖고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고1, 2년생들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2013학년도에는 수시모집 비중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 특히 2014학년도 수능시험이 대폭 개편됨에 따라 대입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매일신문사는 이런 대학입시 환경 변화에 발맞춰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과 공동으로 23일(대건고)과 26일(대구산업정보대) '고1, 2를 위한 대입 수시 설명회'를 연다. 설명회에 앞서 변화하는 대입 제도와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지면으로 살펴본다.
◆현재 고2, 지금부터 입시 체제로
"대입 제도는 자꾸 변하는데 어떻게 준비하는 게 최선일지 감이 오질 않으니 답답해요."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이 모두 2, 3등급을 오르내리는 대구시 수성구 한 고교 2년생 A군. 그가 현재 세운 대입 전략은 아직 수도권 대학과 지역 국립대 중 저울질하는 정도다. 학교에서는 수능시험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터라 수시는 '한 번 내볼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다.
"수시 비중은 갈수록 커진다는데 아직 학교에선 수시를 적극 권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수시, 정시 가운데 어디에 무게를 두고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2013학년도 수능시험을 치르게 될 고교 2학년은 재수를 선택하기도 어렵다. 2014학년도 수능은 언어와 수리, 외국어영역 등 주요 과목 시험이 각각 수준별 선택형 두 가지로 나뉘는 등 대폭 바뀌기 때문. 그렇다면 2013학년도 대입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며 대입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일단 2013학년도 수능의 형식 자체는 올해와 큰 차이가 없다. 교과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에 따르면 수능시험의 시험영역과 과목, 문항 수, 출제 형식, 성적 표기 등은 올해 수능과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교과부 관계자도 "교육과정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난이도를 일관성 있게 유지해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입 전체 과정을 두고 살펴보면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부분 고교의 학생부 작성 기준일이 31일인 점을 고려해 고교 교육과정이 보다 충실히 이뤄지도록 입학사정관전형의 원서접수 시작 일정을 올해(8월 1일)보다 늦춰진 16일로 바꿨다. 또 올해는 수시 합격자 가운데 최초 합격자만 정시 지원을 막았으나, 내년부터는 소신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충원 합격자도 정시에 지원할 수 없도록 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변화는 서울대가 최근 발표한 수시모집 확대안이다. 서울대는 2013학년도 신입생 정원 3천124명 중 79.4%인 2천481명을 입학사정관전형인 수시모집으로 선발키로 했다. 이는 2012학년도에 비해 18.6%가 늘어난 것. 연세대, 고려대 등 수도권 주요 사립대는 일단 올해 수시모집 비율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입시 전문가들은 이들이 이번 정시모집 결과를 본 뒤 '쉬운 수능' 탓에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이 서면 수시 확대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논술 공부와 자기소개서와 '스펙' 정리 등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학년도 대입에선 수능이 자격고사화하고 입학사정관전형, 대학별고사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 교사는 "현재 2학년 경우 당장 자기 수준에 맞춰 현실적으로 목표 대학을 정한 뒤 어떤 전형요소를 갖춰야 유리한지 판단,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6월 중순 이후에는 사실상 대학 진학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내년 1학기까지만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바삐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고1, 확 바뀐 대입 제도 이해가 먼저
대입까지 남은 기간은 2년. 하지만 고1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2014학년도에 수능 대폭 개편 방침이 이미 예고됐기 때문이다. 첫 아이가 고1년생인 학부모 B(44'여'대구시 달서구) 씨는 교육 관련 뉴스만 보면 신경이 곤두선다. '이것은 미리 챙겨야 한다' '저것부터 생각하는 것이 필수' 등 여기저기 떠다니는 정보를 듣지만 정작 어떤 게 자녀에게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가뜩이나 대입 전형이 복잡해 골치 아픈데 아이가 칠 수능시험은 현재와 또 다른 모습이라니 헷갈리죠. 어떤 것들을 챙겨줘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학력고사를 치러 대학을 가던 저희 때와 비교해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에요."
대입 전형이 복잡해지고 다양화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모으는 것은 필수. 특히 현재 고1은 수능 개편,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입시 반영 등 큰 폭으로 변하는 2014학년도 입시 전반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2014학년도 수능은 이번 수능과 확연히 달라진다.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이 각각 국어, 수학, 영어로 이름이 바뀌면서 각각 A, B형으로 나눠 출제된다. 현재 수능과 비교할 때 B형은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지만 A형은 보다 쉽게 출제하면서 출제 범위도 줄인다. 또 시험 준비 부담이 늘지 않도록 B형 경우 최대 2과목까지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국어 B형과 수학 B형을 동시에 선택하지 못하게 했다. 수험생 개개인의 진로, 진학 희망 모집단위에 따라 선택해 응시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학교 수업으로 수능에 대비할 수 있도록 출제 방향도 바뀐다. 기존 언어, 외국어영역이 범교과적으로 출제돼 학교 수업만으로 시험을 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국어와 영어 등으로 바뀐 이름에 걸맞게 교과 중심으로 출제할 예정이고, 현재 50개인 문항 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사회, 과학탐구영역 경우 최대 선택 과목 수가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준다. 현재는 각각 11과목, 8과목 중 3과목씩 선택하도록 하고 있지만, 2014학년도부터는 10과목과 8과목 중 각 2과목 선택으로 바뀐다.
현재 고1은 '창의적체험활동'(자율, 봉사, 동아리, 진로활동)을 비롯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 도입된 학년이다. 창의적체험활동은 학교 안팎의 다양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교과 수업 외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꾸준히 활동 내용을 챙겨야 한다. 고교 3년간 학생 개개인이 에듀팟(www.edupot.go.kr)에 기록한 활동 내용은 입학사정관전형과 수시모집에서 비중 있게 반영되는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박재완(혜화여고 교사) 단장은 현재 고1의 경우 다양한 대입 전형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뿐 아니라 계열, 지원 학과를 빨리 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 단장은 "상위권 대학 경우 인문사회관련학과나 관련 계열에서 국어 B형, 영어 B형과 수학 A형을 요구하고, 자연계열관련학과나 관련 계열에서 영어 B형, 수학 B형과 국어 A형을 전형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며 "B형 시험 경우 공부할 범위가 넓고 심화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준비해야 나중에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향후 대입 체크 포인트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확대
-수시 합격자 정시 지원 금지
-대학별고사 비중 증가
▷2014학년도 대입
-수능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은 국어, 영어, 수학으로
-수능 국, 영, 수는 수준별 선택형으로 출제
-창의적체험활동 기록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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