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뒤로한 채 은퇴한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야구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불세출의 명장이었다.
그는 33년간의 감독기간 중 2천728승을 기록했으며 선발과 중간 및 마무리투수의 분업화를 최초로 구축한 현대야구의 선구자였다. 또한 1이닝 마무리 투수의 탄생과 투수의 8번 타자 배치 등 당시의 고정관념을 파괴한 야구의 혁명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클랜드에서부터 28년간 그와 함께 한 데이브 던컨이라는 투수코치가 없었다면 미국야구의 역사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라루사 감독과 던컨 코치의 합작으로 수많은 스타가 배출되고, 기록이 탄생했다. 그들은 마운드 운용의 새로운 기법으로 승리방정식을 만들어 야구팬을 흠뻑 매료시켰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더그아웃에서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투수코치 오치아이 에이지였다. 그는 매 경기 투수전으로 전개된 한국시리즈 우승의 드러나지 않은 일등공신이었다. 류 감독은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악수를 청한 것이다.
오치아이가 삼성의 투수코치를 맡은 지는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류 감독은 그의 통솔력을 높이 평가해 투수진 운용의 전권을 위임했다.
사실 오치아이는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적극적으로 추천해 영입한 인물로, 이전까지 코치 경험이 없어 삼성은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년간 선 감독이 일본 주니치 구단의 마무리로 활약하던 시기에 오치아이 코치는 당시 선 감독에 앞서 등판하는 불펜 승리조의 일원이었다. 그는 우완으로 몸쪽 슈트를 곧잘 승부구로 사용하는 강속구 투수였다. 지금의 삼성으로 치자면 오승환 이전에 등판하는 안지만과 다름없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은퇴 후 라디오방송 야구해설을 하던 그는 선 감독의 초청을 받았다.
시즌 후 두 달 정도 가벼운 마음으로 불펜투수들을 지켜보면서 조언을 부탁했던 것인데, 조계현 투수코치가 떠나면서 자리가 공석이 되자 정식으로 투수코치를 제안한 것이었다.
코치 경험이 없음에도, 그는 삼성의 불펜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선수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성과보다 맡은 바 책임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과 팬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 수 있는지 반문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자각하라는 것이었다. 이어 10분에 30개의 공을 오직 한 코스로만 정확하게 던질 것을 주문했다. 이를 달성하면 10분에 40개로 늘렸다.
그의 조언과 훈련 방법은 지루한 도전이었지만, 선수들에게 투지를 불러일으켰고 집중력 향상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는 성적을 문제 삼아 교체하거나 주어진 역할을 조정하지 않았다. 오늘보다는 내일,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중요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꿋꿋이 지킨 것이다.
이 덕분에 5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할 선발투수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고, 부상선수들이 회복하면서 삼성은 8개 구단 중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좋은 코치는 많지만 명 코치는 드물다. 명 코치가 명장을 만드는 것이다.
최종문 야구해설가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